[사설]LCD장비 교차구매, 이제 시작이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LPL)가 LCD 장비와 재료를 교차 구매키로 전격 합의한 것은 국내 LCD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양사간 합의로 두 회사의 중소 협력사는 물론 패널업체들도 윈윈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국내 LCD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수 있게 됐다. 이번 합의로 연내 이뤄질 8세대 LCD 라인 신·증설 투자에 처음으로 상대 협력사의 제품 구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국내 LCD시장에 상생의 훈풍이 본격적으로 불어올 전망이다.

 지난 5월 삼성전자와 LPL의 주도로 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출범한 이후 양사간 교차 구매는 큰 관심거리였다. 그런데 이번에 양사가 대승적 차원에서 교차 구매에 합의함에 따라 국내 LCD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게 됐다. 사실 패널분야는 국내 기술이 일류라고는 하지만 이를 떠받치는 장비와 부품 산업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 따라 중소협력사의 거래처가 크게 확대되고, 중장기적으로 매출 확대와 연구개발(R&D)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국내 중소업체들의 숙원인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과 LG로 흩어져 있던 신기술 개발 역량이 결집될 것으로 보여 무엇보다도 반갑다.

 앞서 양사는 최신 양산라인의 LCD 기판 유리 규격도 통일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삼성과 LPL에게도 제조원가 절감과 가격경쟁력 제고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여 패널 사와 협력사 모두에 윈윈 게임인 셈이다.

 양사는 그동안 값싼 대만산 LCD 공세로 시달려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합의한 대로 교차구매가 이뤄지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시장을 지키고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 아쉬운 점도 있다. 무엇보다 애초 중소 협력업체들이 기대했던 교차구매의 세부 품목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교차구매 요청이 와도 중소협력사들이 기존 거래처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선뜻 교차구매에 응하기가 어렵다. 자칫 이번 합의가 원칙적 합의에 그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결국 교차구매가 성공하기 위해선 양사가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포용력도 발휘해야할 것이다. 이미 대만·일본 등 경쟁업체들은 글로벌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LCD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줄 교차구매에 합의해 놓고도 이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우스운 꼴이 되고 만다.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은 90% 이상의 제품이 해외로 수출되는 전형적인 수출산업이다. 따라서 날로 격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려면 국내 기업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번 양사의 LCD 장비·재료 교차 구매는 지난 5월 발표된 8대 협력과제 중 일부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표준화와 공동연구개발 수행, 특허협력을 통한 지식재산권 공유 등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이번에 장비와 재료를 교차 구매키로 대승적 결단을 내린 만큼 앞으로도 세계 LCD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기위해 양사간 협력 행보가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