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EU 환경규제를 넘는 길

 지난 8월 웅진코웨이가 국내 생활가전 업체로는 처음 EU의 공식 유해물질 시험기관으로 지정됐다. 이로써 이 회사는 자사제품은 물론이고 타사제품에도 유럽의 분석 인증기관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 유해물질 시험 성적서를 발급할 수 있게 됐다.

 웅진코웨이의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 국제공인시험기관 지정은 국내기업의 신뢰도를 대외적으로 높인 것뿐만 아니라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는 바가 크다.

 국내기업은 시험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사례가 많지 않으나 필요성은 점차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기업으로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증을 받은 곳은 2005년 LG필립스LCD를 시작으로 삼성SDI·LS전선·하이닉스·LG화학 등으로 전자재료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우리기업이 제품을 EU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해당제품에 유해물질 인증서가 반드시 첨부돼야 한다. 이 때문에 그간 국내기업은 해외 인증기관의 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러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 WTO는 품질보증을 위한 국제공인 성적서에 한해 회원국 간에 상호 인정하기로 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국가 간 인정기구에서 협정을 맺은 분석기관에서 인증받은 공인성적서는 WTO 내 어느 국가라도 동일한 효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국제적 공인절차를 자체 연구소를 거치면 원하는 납기일에 시험평가를 완료할 수 있고, 외부의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외국의 민간 사설 공인시험기관이나 국가공인기관을 이용 시, 자사의 기술적 비밀 또는 노하우 등이 노출될 우려가 있지만 자사에서 직접 시험인증을 하게 되면 이러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외에도 자사에서 운영하는 국제공인기관 인증을 거치면 제품의 국제적인 공신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최근 유해물질 환경규제가 증가되는 상황에서 기업별로 필요한 시험규격을 먼저 인정받음으로써 친환경 제품 개발로 시장선점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그러나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 역시 여러 측면에서 고려할 것이 많다. 공인인증을 받은 업체에서 시험소 운영 관련 전문기술인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기존 인력의 업무부하가 증가하는 사례가 있다. 또 인증업체는 4년 이상의 방대한 모든 시험관련 자료를 유지해야 하므로 관련 시험소 운영의 제반 서류나 문서·결과를 보관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점에서 앞서 인증을 받은 LG필립스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LG필립스는 2004년 자체시험연구소를 구축한 후 모든 업무를 전자화한 ‘e-KOLAS’ 프로젝트를 2005년 추진, 현재 최소 인원으로 효율적인 시험소 관리를 하면서 국내 최고수준의 RoHS 관련 전문시험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날로 높아지는 선진국의 환경규제에 대응해 우리 기업이 자체 국제공인 시험기관을 갖추는 것은 수출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들 시험소는 한정된 전문 분야 품질인증시스템으로 운영되는만큼 전문교육을 받은 인력운용이 관건이며, 따라서 CEO를 포함한 회사 내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민간기업이 이 같은 국제공인 시험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시험규격에 대한 유효화’ ‘불확실도(uncertainty) 산출’ 같은 전문기술이 필요하므로 정부가 나서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또는 컨설팅 프로그램 등을 운용하는 실질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의 KOLAS(한국공인교정시험검사기관인정기구) 운영과 더불어 전자문서 전자서명 등의 인증체계를 구축하는 일명 ‘e-KOLAS’ 시스템 구축 지원 사업도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강홍윤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전문위원> kanghy@kncpc.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