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업체에 시청자를 빼앗겨 온 전통 미디어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법과 소송’이라는 부가적 수단을 통해 인터넷 사업자를 압박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체 동영상 사이트를 만들어 인터넷 업체와의 정면 대결에 나섰다. 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와의 대결 선봉에 NBC유니버설이 섰다.
◇‘훌루닷컴’ 공개 초읽기=NBC가 뉴스코프의 자회사인 ‘폭스TV’와 야심차게 준비한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훌루닷컴(Hulu.com)’ 오픈이 임박했다. NBC는 다음 주 대대적인 론칭 행사를 가진다는 계획이다. 훌루닷컴은 NBC와 폭스TV가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한 회사로 사모펀드인 프로바이드이퀴티파트너스도 1억달러를 투자했다. 훌루의 가장 큰 특징은 합법적인 콘텐츠를 될 수 있는 한 많이 공급하는 것이다. NBC는 TV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른 콘텐츠 사업자와도 제휴해 뮤직비디오와 영화 등을 대거 선보일 계획이다.
◇콘텐츠 사업자의 위력 보여주나=NBC의 행보가 눈에 띄는 것은 애플 ‘아이튠스’나 ‘유튜브’에 대한 태도 때문이다. NBC는 최근 애플의 온라인 스토어 아이튠스에 공급해 온 TV프로그램 가격을 편당 1.99달러에서 4.99달러 수준으로 크게 올리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오히려 0.99달러로 내리는 것이 맞다”면서 비난했지만, NBC는 애플과 장기 계약을 끊고 아마존을 새 협력자로 맞아들였다.
훌루 오픈을 앞둔 23일에는 유튜브에 올린 NBC유니버설 동영상 클립을 모두 삭제했다. NBC가 그동안 프로그램 홍보 차원에서 맺어온 유튜브와의 제휴 관계를 청산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NBC의 행보를 온라인 플랫폼을 장악한 업체보다 유력 콘텐츠 업체가 ‘갑’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실험으로 해석했다.
◇성공 여부는=NBC가 동영상 웹사이트를 개설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1여년 전 NNBC닷컴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이 때문에 훌루도 NNBC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오히려 애플(아이튠즈)·구글(유튜브) 등 대형 온라인 사업자와 반목하다 보면, 실익을 놓칠 것이라는 것. 이에 NBC는 자체 제작 인기 프로그램 외에도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확보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예정이다. 유튜브를 타도해야 할 ‘공공의 적’이라는 점을 환기시키고 AOL·마이스페이스·MSN·야후 등 온라인 사업자도 우군으로 끌어들여 기술 제휴를 맺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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