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 경보! 산불 발생. 전 강좌 취소.”
최악의 산불로 발칵 뒤집힌 캘리포니아주. 위기의 순간에 더 빛을 발하는 것은 정보기술(IT)이었다. 문자메시지·비디오 스트리밍·블로그·전자지도 등 최신 기술이 혼돈 속에 사람을 구하고 정보를 나누는 버팀목 역할을 한 것. 가장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샌디에이고 소재 대학의 재학생·교수·교직원 1만명도 긴급 문자메시지를 받고 ‘화’를 면했다. 샌디에이고대(USD)는 응급 문자 전송 시스템을 이번에 첫 가동했다. 25일 USA투데이는 “재난이 발생하면, IT는 생명줄과 다름없다”고 평했다.
◇재난정보=대학 4학년생 셀비 홀리데이는 산불 뉴스를 재빨리 유튜브에 올렸다. 23일까지 유튜브에 올라온 산불 관련 영상물은 모두 142건. CNN 등 뉴스 클립을 올린 것도 있었지만, 사용자들이 직접 찍어 올린 동영상도 적지 않았다. 그 중에선 화재 인근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속에서 직접 찍은 동영상도 있었다.
방송국들도 위기 경보용으로 인터넷을 충분히가족과 친지 친국들이
활용했다. 샌디에이고 지역 라디오 방송국인 KPBS는 ‘트위터’에 화재 관련 소식을 알렸다. 트위터는 문자 메시지와 e메일을 주고 받으며 인맥을 구축하는 모바일 인맥구축 사이트(SNS)로 야후 인수 물망에도 올랐던 업체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인포스트리트 직원도 방송국 인터넷의 덕을 톡톡히 본 사례. 이들은 케이블TV 방송을 볼 수 없었지만, NBC의 인터넷 방송을 통해 산불 소식을 생방송으로 접했다.
◇인명 구조=블로그는 인명을 구하는 수단이 됐다. 레저용 차량(RV) 클럽 사장인 알렉산더 파울러는 RV 차량을 구할 수 있는 위치를 블로그에 올렸다. 대피하다 보니 갈 곳 없는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 LA타임스 등 유력 신문들은 구글맵 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산불 피해 지역을 도식화해 고지함으로써 추가 인명 피해를 막았다.
팜스프링 지역의 숙박업소에서 일하는 토머스 물홀은 자신의 블로그에 금방 찍은 화창한 날씨의 팜스프링 사진을 올렸다. 그는 “산불이 난 후 숙박 취소 전화가 몰려들어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생사확인=미국 적십자는 온라인에 ‘세이프 앤 웰(Safe and Well)이라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한다. 재난에서 구조된 사람들이 이름과 몇 가지 정보를 올려놓으면 생사 확인을 간절히 원하는 가족과 친지·친구들이 검색할 수 있다. 이번 산불로 AT&T·버리아즌·스프린트넥스텔의 기지국이 파손되고 전기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통화가 안되는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AT&T는 “몇 번의 재난으로 네트워크를 재우회(re-routing)하는 방법을 강구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캘리포니아 산불 사태
방화로 추정되는 캘리포니아 산불이 6일째 이어지고 있다. 최소 6명이 사망했고 대피 도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간접 사망자도 적지 않다. 재산피해는 1조원, 산불 피해 면적도 42만6000에이커(1720㎢) 이상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