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플레이스테이션)·마이크로소프트(X박스)와 같은 거대 규모의 비디오게임기 회사를 오랫동안 괴롭혀 온 문제는 불법복제 게임이었다.
지난 4월에는 국내에서 무려 100억여원어치의 게임 소프트웨어(SW)를 불법복제해 판매한 이른바 ‘플스(플레이스테이션) 여왕’ 오모씨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은 이러한 불법복제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불법복제와 관련된 문제는 비디오게임이나 컴퓨터(PC) 게임에 한정되는 것으로 치부했지만 최근에는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에도 이와 비견될 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불법 프리서버는 온라인게임 업체의 서버 프로그램을 해킹하거나 유출된 서버정보를 이용해 독자적으로 게임서버를 구축하고 포털 게시판 등에서 이용자를 모집,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한다.
이용자는 불법으로 운영되는 서버에 접속해 정상적인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무료 혹은 저렴하게 게임을 이용하게 된다. 이러한 행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프로그램 운용을 방해하는 불법 프로그램 배포를 금지하고 있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저작권 보호를 명시하고 있는 ‘저작권법’과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등 많은 관련 법규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어떤 게임 개발사의 어떤 게임의 프리서버라도 국내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공공연한 이용자 모집과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연결고리로 게임을 서비스하는 자와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자가 만나게 되면서 불법서버가 불 번지듯 퍼지고 있다.
비디오게임 불법복제는 오프라인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그 복제 수준과 침해 정도에 한계가 있다. 앞에서 거론한 ‘플스 여왕’은 경찰에 체포되면서 ‘헐값에 게임 CD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 하루에 두 시간도 못 자면서 작업했다’고 술회했다.
그만큼 오프라인에서 제작되고 판매되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제약을 받게 된다. 이에 비해 온라인게임 불법 프리서버 문제가 더욱 심각한 이유는 게임서비스와 이용자 모집 등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가 불법이라 인식하기도 전에 방대하게 침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창궐하는 불법 프리서버에 의한 피해를 없애는 일은 온라인게임 업계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하고 큰 숙제다. 불법음원 유포가 음반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았던 전력이 있지 않은가.
이미 온라인게임 업계의 선두주자인 엔씨소프트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자사의 대표게임인 ‘리니지’가 불법서버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음을 알린 바 있다.
이와 같이 문화콘텐츠의 최고 수출 장르인 온라인게임이 전반적인 내수 침체 국면에 빠져 있음을 볼 때, 불법 프리서버로 인해 더욱 깊은 악순환의 수렁으로 내몰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특히 국내에서 퍼지는 것도 모자라 중국 등 해외시장으로도 국산 온라인게임 프리서버가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는 점에 사법당국은 각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창의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몇 안 되는 세계 1위의 산업으로 올라선 온라인게임 산업의 기반이 국내외적으로 갉아먹히고 있다는 것은 충격을 넘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때다.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수립으로 산업 전반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법·제도 분야뿐만 아니라 국민의 저작권 등에서 이용자의 준법의식과 각성으로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윤선희 <한양대 법대 교수·문화콘텐츠와 법연구회장> shyu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