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산업의 광맥 `SF`](2)스토리에 창의성 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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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SF 소설·영화를 놓고 일반적인 평가는 무엇보다 ‘재미없다’는 것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현란한 스토리 전개가 부족하고 스릴러로 시작해 엉뚱하게 공포물로 마무리되는 등 SF 장르의 전반적인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평가의 이면에는 △리얼리즘에 경도된 문학계의 현실 △신인 작가 발굴 노력 부족 △외국물 카피에 급급한 SF 산업 현실 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리얼리즘, 상상력을 죽이다=한국 출판계의 ‘리얼리즘 선호도’는 SF 소설이 자리 잡지 못하게 하는 주된 원인이다. 상상력이 바탕이 된 작품을 현실을 향한 고민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해 한국 SF소설의 맥은 거의 끊긴 상태다. 소설가 김민수씨는 “출판계에서는 한국 SF 작품을 깔보는 경향이 짙다”며 “특히 SF 장르로는 출판사도 잡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리얼리즘의 지나친 신봉은 작품의 완성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SF 장르의 장점인 상상력이 아닌 일반적인 ‘기승전결’ 구도에 치중하면서 독자를 흡입할 수 있는 ‘소설의 신선도’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더글라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같은 범우주적인 거대한 농담은 사라지고 인간 복제·휴머노이드 등 평범한 결론을 예상하게 하는 작품이 대부분이다.

 ◇SF 작가는 단 두 명?=한국 SF 소설 작가는 십수년 전부터 복거일·듀나(이영일)에서 맴돌고 있다. 그 사이 수십 명의 신예 작가가 나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처녀작만을 남긴 채 사라져갔다. 1907년 ‘해저여행기담’을 기점으로 10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 SF 소설계로선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런 작가 고갈 현상은 등단을 통한 신인 작가 수혈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인 작가의 등단을 위한 각종 공모전에는 SF 장르가 포함돼 있지 않다.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등 일부 문학상이 SF물을 다루고 있지만 SF만을 위한 전문 문예의 장은 아니다. 특히 ‘황금드래곤 문학상’ ‘과학기술창작문예 공모전’ 등 기존 전문 SF 작가를 배출했던 각종 공모전은 예산을 이유로 모두 사라진 상태다.

 등단 작가가 없다 보니 작품 출시도 뜸하다. 절대량의 부족은 작품 질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상준 서울 SF아카이브 대표는 “스타 작가가 나오지 않으니 SF 장르의 관심도가 매년 떨어지고 있다”며 “신인 작가 부족은 외국 SF 소설 의존도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피 전략, 창의성에 독약=한국 SF 소설이 독자에게 외면받는 또 다른 이유는 ‘카피 전략’ 때문이다. 카피 전략이란 외국 유명 작품의 상황 설정과 인물의 특성을 그대로 따오는 그야말로 소설의 복제화를 말한다. 물론 복제(카피)를 거친 재창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작품이 복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만의 독특한 콘텐츠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며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저작권 침해 논란이 재현되는 현실도 카피 전략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외국 작품 복제와 함께 인간 복제·외계 생명체 등 특정 이슈에 올인하는 한국 문학계의 현실도 SF 스토리 부재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과학기술창작문예전에 접수된 작품 중 80%가량이 ‘인간 복제’와 관련한 것이었다. 당시 황우석 전 서울대교수가 인간 줄기 세포 복제에 성공했다고 밝히는 등 사회적인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명현 연세대 천문대 연구원은 “다양한 과학적 진실이 SF 소설을 읽는 매력이지만 한국 작품에서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유행에 너무 민감한 사회 현상이 이곳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탐사기획팀=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 김규태·한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