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DMB업체의 엑소더스 현황
DMB 장비솔루션과 칩 업체가 DVB-H·ISDB-T·미디어플로와 같은 해외 휴대이동방송 표준을 지원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거북이 걸음’인 국내외 DMB 수요로 인한 손실을 하루빨리 회복하기 위한 고육책인 동시에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휴대이동방송표준인 DMB가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으며 DMB 일변도의 휴대이동방송 정책도 덩달아 도마에 올랐다.
◇DMB 솔루션 업체, “DMB로는 희망 없다”=방송용 계측기 업체인 디티브이인터랙티브는 최근 DVB-H용 계측기를 내놓고 유럽 시장을 공략 중이다. 지상파 DMB용 데이터방송 장비 및 솔루션 업체인 넷앤티비도 데이터방송이 부진한 DMB 대신 DVB-H 및 미디어플로 시장 개척을 준비했다. 아이투티와 온타임텍은 일본 표준인 ISDB-T에 맞는 제품을 개발했다.
네 회사 모두 DMB용 솔루션에 주력해왔다. 그런데 국내를 빼곤 해외 사업자의 DMB 채택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국내 수요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자 외국 표준으로 서둘러 눈을 돌렸다.
◇칩 업체, “해외 규격은 안전판”=해외 규격 대응이 DMB 장비솔루션 업체의 ‘탈출구’라면 칩 업체에는 ‘안전판’이다. 다양한 휴대이동방송 표준에 대응해 놓아야 해외 시장 공략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칩 업체의 접근방식은 두 개 이상의 규격을 하나의 칩에 담는 이른바 다표준(멀티스탠더드) 칩 개발이다. 다양한 규격에 신속히 대응하고 개발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두 개 이상의 칩을 하나의 칩에 담는 ‘원칩’ 기술의 발전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코아로직·엠텍비젼·아이앤씨테크놀로지·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피앤피네트워크 등 DMB 관련 칩 업체는 해외 모바일TV 단말기에 공급할 칩을 멀티스탠더드형으로 개발, 공급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황기수 사장은 “멀티스탠더드를 지원할 때 비로소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 플랫폼을 기존 기술 그대로든 부분 결합한 형태로든 제공할 수 있다”며 “기술 수명 주기가 점점 빨라져 한 칩 안에 여러 표준을 담는 게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연 확대 차원=‘DMB 엑소더스’라는 말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황재식 온타임텍 사장은 “휴대이동방송 TV표준은 크게 다르지 않고 유사성도 있어 DMB 개발 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된다”며 “DMB 관련 사업을 줄인다기보다 다양한 표준에 대응한다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DMB 부진이 앞으로도 지속되면 DMB 장비솔루션과 칩 업체가 해외 규격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 아예 DMB 제품 사업을 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책 당국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해외 DMB 시장 확대해 나가겠다는 정부 정책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CDMA벨트 전략을 폈다가 결국 GSM에 묻혀 해외 단말기 수출을 더 늘릴 기회를 잃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DMB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업체가 다양한 휴대이동방송 표준에 대응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나 인증 체제를 갖춰 업체를 지원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권상희·정소영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