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산업의 광맥 `SF`](3부)CG기술로 세계 공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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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컴퓨터그래픽(CG) 기술력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CG는 영화(애니메이션 포함)·TV·게임 등 영상산업에서 SF 장르를 구현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요소다. 일반인이 CG를 포함한 특수효과가 사용된 영화나 드라마를 SF와 동일시하는 경향은 물론 CG기술이 SF의 이야기 전개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력이라고 할 때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는 주로 외국 제작사의 주문자제작(OEM) 형태를 띠던 CG가 많이 사용되는 애니메이션이나 실사 영화가 최근에는 공동투자 및 자체 창작으로 바뀌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하거나 해외 방송에 방영되는 등 성공 사례가 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미국·일본이 주도해온 CG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승부해 볼 만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이런 결과는 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국내 디지털콘텐츠 시장의 성공 가능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해외 기업, 공동제작에 이어 투자까지=최근 몇 년 사이 CG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해외 영화·애니메이션 대형 제작사나 자본이 국내 기업에 공동 제작을 요청하거나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하는 스타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3년 이후 매년 한두 편 이상의 애니메이션이 해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거나 해외 시장에 입성(방송)하고 있다.

 올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나와 연구소기업으로 출발한 매크로그래프는 디티아이·포타지 등 국내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내년 상반기 상영될 ‘금지된 왕국(포비든 킹덤)’의 CG 부문을 수주했다. 이 영화는 ‘라이온 킹’을 맡았던 롭 민코프 감독과 할리우드의 대형 제작사가 만든다. 흥행 여부는 가봐야 하지만 외국 대형 배급사와 유명 감독이 준비하는 영화의 CG 분야를 수주한 국내 첫 사례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김진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산업진흥본부장은 “불과 몇 년 새에 국내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외국 기업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며 “이는 재미있는 스토리와 캐릭터 발굴 등의 요인도 있지만 우리 CG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CG 10년, 괄목할 만한 성장=사실 국내 CG 기술은 이제 10년을 넘어선 정도다. 1994년 상영된 영화 구미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CG를 맡았다. 실사영화에 CG가 적용된 첫 사례다. 이후 영화나 TV 드라마 등에 특수효과를 적용하는 사례는 꾸준히 늘어나고 2D·3D 애니메이션 영화도 간혹 등장했지만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이 시장에서 경쟁하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국내 CG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뜨거운 논란이 일었던 디 워만 해도 ‘우리 기술진이 CG 전체를 해결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CG 기술력에 대한 산업적 기대감은 해외 디지털콘텐츠 시장의 진출 가능성 때문이다. 이인호 매크로그래프 대표는 “할리우드 영화 시장에서 CG 분야만 최소 2조원으로 추산된다”며 “연간 200억∼400억원 규모 정도인 국내 CG 시장에서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할리우드 영화는 한 편 당 CG 관련 투자비만 1000억원에 이른다. 해외 영화 한 건의 CG를 맡는 것이 국내 전체 시장을 차지하는 것보다 크다.

 ◇CG 기술 지원 정책 입안=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최근 ‘CT(콘텐츠기술본부)’를 별도로 만들었다. CG 기술만을 별도로 육성하고 관련 기업을 지원하자는 의도다. 문화관광부도 CT 관련 R&D 연구원 설립을 검토 중이다. ETRI나 KASIT 등 일부 기관에도 팀이 있지만 전문적인 CG 관련 R&D 연구 단위가 없기 때문이다.

 김진규 본부장은 “2D만을 고집해온 일본도 최근 들어 3D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3D를 중심으로 한 CG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세계 무대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물론 극복해야 할 점도 있다. 절대적인 기술력은 일정 궤도에 올랐으나 여전히 할리우드를 뒤쫓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근원적으로 CG 관련 국산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점도 극복해야 한다.

 <탐사기획팀=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 김규태·한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