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브랜딩은 코카콜라·나이키·메르세데스 벤츠 같이 개인 고객을 대상(B2C)으로 한 제품 성공의 핵심이 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 고객을 대상(B2B)으로 한 기업도 브랜딩에 눈을 떠야 할 때다. 현대 마케팅의 거장 필립 코틀러는 최근 저서 ‘B2B 브랜드 매니지먼트’에서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B2B 브랜딩으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기술의 보편화와 더불어 저가 혁명의 시대적 흐름을 타고 있는 글로벌 IT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자 한다면 브랜딩은 가히 필수적이라 하겠다.
산업사회에서 브랜드 마케팅은 대기업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오늘날 정보화사회에서는 누구나 그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참여·공유·개방을 표방하는 웹2.0 시대의 문화를 만드는 고객을 이해하고 그들을 발굴하고 활용하는 것이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론이며 최상의 지름길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중소기업도 브랜드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웹2.0의 경제학을 다룬 책 ‘위키노믹스’는 고객과 기업 사이에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개방적 대규모 협업 관계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제품의 경쟁력은 기업이 공동 혁신가로서의 고객인 프로슈머(prosumer)와 그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하는 커뮤니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가장 진보적인 사용자는 온라인 프로슈머 커뮤니티를 형성해 제품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고객 맞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협업하고, 상거래에 참여하고, 비법과 도구와 수정사항을 교환하고 있다.
웹2.0 시대를 특징짓는 대표적 현상이 바로 블로그다. 우리가 주목할 블로그 기능의 하나는 지식 생산의 도구가 된다는 점이다. 이는 위키(wiki)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혁명의 큰 흐름을 타고 있다고도 하겠다. 구글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개인 블로그를 이용해 개방적으로 플랫폼을 공유함으로 해서 구글의 모든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블로그의 더욱 주목할 기능은 바로 입소문 마케팅에 가장 효율적인 도구가 된다는 점이다. ‘인텔 인사이드’로 B2B 브랜드 마케팅의 효시가 되는 인텔은 웹2.0 시대를 맞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인텔의 엔지니어 대다수가 갖고 있는 개인 블로그를 기업 블로그로 통합해 전 세계 고객과 커뮤니티를 형성, 소통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팹리스 기업도 글로벌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서는 브랜딩으로써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창출해야 한다. 팹리스 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어디에서 나올까? 앞으로는 프로슈머, 나아가 SP(Solution Provider)와의 가치사슬에서 나올 수 있다. 프로슈머는 웹2.0 시대의 혁신 개발자이자 충성 고객이며, SP는 채널2.0 시대의 마케팅 툴이자 영업망이라 하겠다. 이들과 글로벌하고 지속적이고도 강력한 혁신의 그물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가치사슬의 고리를 어떻게 엮을 수 있을까.
나는 ‘B2P(블로그 to 프로슈머) 브랜드 마케팅’을 제안하고 싶다. 성공하는 기업 블로그는 공통적으로 프로슈머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고 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고 한다. 또 프로슈머들의 파워 블로그는 하나하나가 입소문의 진원지가 0 하나의 컬트(cult)를 이뤄낸다. 이들 사이의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마침내 브랜딩으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더 나아가 표준적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를 말한다.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의 한 방법론으로 디자인 공모전이 모멘텀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프로슈머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애트멜과 마이크로칩 등 세계 유수의 MCU 벤더는 디자인 공모전에서 프로슈머를 발굴하고 표준적인 플랫폼을 마련해 왔다.
대한민국은 반도체 강국이지만 아쉽게도 팹리스 기업의 글로벌 브랜드 위상은 미약한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웹2.0 시대가 열려 있다. 기회가 왔다. 프로슈머가 답이다.
이윤봉 <위즈네트 사장> yblee@wiz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