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수많은 기업이 우수 인재 확보와 양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국경 없는 무한 경쟁 환경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핵심 요소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인재 확보에 보다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포천 500대 기업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85%가 글로벌 인재가 양적으로 부족하고 67%가 글로벌 인재의 역량이 질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사업을 수행할 인력 확보 방법으로는 외부영입과 내부양성이 있다. 이미 글로벌 역량을 갖추고 자질을 검증받은 외부인재를 영입하는 방법은 단기간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인력 풀이 한정돼 있고 새롭게 내부 문화에 적응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기업 내부에서 글로벌 경쟁 환경을 대비한 인재 양성 전략을 수립하고 구성원을 전문가로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글로벌 환경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은 국내시장에서 요구하는 것과 커다란 차이가 있다. 국가별 언어·문화적 이해는 기본이고 개개인이 갖춰야 할 역량과 일처리 방식도 철저히 글로벌 경영환경에 부합하도록 양성해야 한다.
우선 창의적 사고와 행동이 내재화될 수 있도록 양성해야 한다.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대부분의 사업은 표준(standard)에 의해 진행되므로 표준만 잘 준수하면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표준을 따르되 어떤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CDMA라는 동일한 기술표준을 따르면서도 각 통신사업자의 통화품질이 천차만별인 것은 구성원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을 하고 창의적으로 노력했는지에 대한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남이 해오던 수준으로 일에 접근해서는 곧바로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둘째, 양적 확대보다는 전문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글로벌 인재는 철저히 글로벌 환경에 맞도록 양성돼야 하며 모든 구성원을 글로벌 인재로 만드는 것보다는 전문화한 인력 풀을 운영하면서 이들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글로벌 인재에게 요구되는 요건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이들은 외국어 구사 능력은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 변화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국제적 시야를 갖춰야 하며 다양한 이(異) 문화의 감수성도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글로벌 인재는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양성되고 관리돼야 한다. GE나 소니를 비롯한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은 주요 글로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인재를 수년 전부터 집중 관리하는 제도가 있다. 그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과정은 시간과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셋째, 프로젝트 완결형 인재로 양성해야 한다. 글로벌 사업을 실제로 수행하다 보면 마치 정글과도 같이 빠른 변화 속에서 수많은 경쟁자는 물론이고 예측하지 못한 변수와 싸우게 된다. 자신에게 익숙한 국내 환경과는 달리 글로벌 경쟁에서는 순간순간 보다 냉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집중력이 요구된다. 또 시야를 넓히기 위해 자신의 상사 위치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훈련도 필요하다. P&G에서는 글로벌 감각을 키우기 위해 관리자 직급의 10%는 해외근무 경험을 쌓도록 하고 있으며 ‘조기책임제’라는 제도로 입사 초기부터 중요한 업무를 맡기고 있다. 글로벌 인재에게는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주인의식이 더욱 강하게 요구됨과 동시에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스스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전 세계 어느 기업에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를 위해 글로벌 사업을 추진할 글로벌 인재 확보와 양성 또한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전문화한 글로벌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이들이 각 기업을 대표해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조정남/SK텔레콤 대표이사 부회장 jnc@sktele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