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IT산업 지속 발전은 융합에 달려

[ET단상]IT산업 지속 발전은 융합에 달려

 최근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회장이 사장단을 크게 질책한 것이 화제가 됐다. 해외 경쟁업체들의 설비 증설과 가격경쟁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 경제성장의 발판인 IT산업도 레드오션으로 떨어지고 있는 신호탄을 본 느낌이다. 그동안 우리는 선순환적인 IT산업화로 IT코리아를 구축해 왔는데 이제 IT산업도 새로운 변신이 필요한 때가 됐다.

 70년대만 하더라도 집에 전화 한 대를 놓으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투자재원뿐만 아니라 기술 수준과 시설공급 능력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정보통신의 패러다임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생겼다. 디지털이론·반도체공학 등 디지털에 강한 우리 연구진의 노력과 수요·공급을 연계한 정부의 지원시책 등에 힘입어 국산디지털교환기(TDX)가 개발되면서 1980년대에 1가구 1전화시대를 열고 수출까지 하게 됐다.

 지난 84년 ‘차량전화’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동전화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당시에는 교환기·단말기 등 대부분이 그대로 수입하거나 껍데기만 국산화해 사용했다. 우리가 개발한 CDMA 디지털 이동전화시스템이 97년에 상용화되면서 비로소 휴대폰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휴대폰과 이동부가서비스 기술들이 해외로 진출해 나갔다.

 아날로그 무선통신기술만 해도 마르코니의 무선전신 발명으로부터 100년 정도의 기술축적 역사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디지털로의 전환 때 아날로그 기술의 장악력이 약해지는 틈을 잘 노려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디지털 시스템 전체는 우리가 자체 개발하면서 RF 등 부족한 일부 기술은 부품 단위로 도입해서 해결했다.

 방송기술 역시 아날로그 방송시절에는 국산 TV수상기가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앞서지를 못했다. 그런데 우리는 디지털방송(HDTV)과 양방향 방송기술을 개발함으로써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시장에서 한국산 디지털TV수상기가 점유율 수위를 다투고 있다. 우리가 이처럼 기술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은 IT의 패러다임 전환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와이브로나 지상파DMB처럼 추격형 국산개발의 단계를 벗어나 선도적인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서비스의 상용화를 선도하게 됐다. 디지털 기술축적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기술 주도(technology-driven)에서 니즈 주도(needs-driven)의 발전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IT·BT·NT 등 기술 융합이 강조되고 있다. IT산업의 장래는 융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융합은 건강·노령화·안전·에너지·환경 등 국가사회적 니즈를 효율적으로 충족시키는 데 꼭 필요하다. 아울러 신시장 창출과 기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세계적인 IT인프라·기술력 및 상용화 경험을 갖고 있어 융합시대에 계속 앞서 갈 수 있는 바탕이 돼 있다. 즉, BT·NT 등 분야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조금만 보태져도 금방 세계적인 융합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바탕이 돼 있다. 선박·IT 모두가 일류인데 두 기술이 제대로 융합하면 세계 초일류의 IT선박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IT산업의 변신은 바로 융합에서 찾아야 한다.

 작년 말 정부가 수립한 국가R&D사업 토털 로드맵에 의하면 IT분야에서 상용개발은 이제 역량이 성숙된 민간기업이 좀더 역할을 강화해 나가고 국가R&D 재원은 융합사업에 좀더 투자해 나가도록 했다. 올 4월에는 국가 융합기술 발전 기본 방침도 발표했다. 향후 여러 부처·연구소·대학 간의 융합연구가 활성화되도록 정책적·제도적 뒷받침을 구상하고 있다.

 융합시대에는 새로운 니즈와 아이디어를 예측하고 발굴해 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만큼 업계에서도 문학·예술 등 인문사회학과 다양한 전공기술이 어우러진 모임을 활성화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폭 넓은 협업 개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IT산업이 기술융합에서 지속적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차양신 과학기술혁신본부 정보전자심의관 yscha@mos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