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간 우리는 IT라는 수레바퀴를 열심히 돌리며 숨차게 달려왔다. 그 결과 IT 산업의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강이라는 찬사를 들어왔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뻐할 일이다. 디지털 기회지수와 전자정부 수준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모바일 등 통신 분야는 세계 많은 나라가 벤치마킹하기 위해 우리를 방문하고 있다. 더욱이 30%에 달하는 IT의 산업공헌도로 경제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으니 5000년 역사에 처음 맞는 경사라 칭송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냉정히 짚어보면 마냥 즐거워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초조함을 감출 수 없다. 수많은 분야 중 겨우 몇몇만이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고 그나마도 중국이 빠른 속도로 추월하고 있는 양상이다. 수레바퀴를 돌리느라 반쯤 지쳐 있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우려되는 것은 너무 바쁜 나머지 멀리 달려갈 동력 만드는 일에 게을리 했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실적을 내야만 하는 연구개발(R&D) 환경, 얄팍한 투자로 급속히 만들어 내야 했던 전문 인력, 짧은 시간 안에 회수해야만 성공으로 이해되는 기업 투자 행태 그리고 임기 안에 마무리짓는 것이 관심사였던 정책 시행 등이 모두 수레바퀴가 도달하는 근거리 지점까지만 초점이 맞춰진 짧은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IT 일등국이라는 편견과 오해를 벗어버리고 IT의 수레바퀴를 힘차게 지속적으로 굴릴 수 있는 동력을 창출해야 할 때다. 먼 미래를 위한 혁신의 모습으로 산업과 사회가 함께 변신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자라나는 청소년에 대한 투자와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입시에 찌들지 않고 새로운 창작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에게 IT와 융합되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비전을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획일적인 영재보다는 사고하는 영재를 양성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청소년에 대한 어설픈 투자를 지양하고 과감하고 전폭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둘째로 과학기술이 먼 미래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씨앗임을 다시금 새겨볼 필요가 있다. 성공에 치중하는 단기적 R&D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10년 아니 그 이후를 바라보는 R&D에 국가가 혼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특히 IT R&D는 6개월 혹은 1년 이내에 산출물과 시장을 한꺼번에 거머쥐려는 우매함을 보이는 지도자도 있다. 대학과 국가 연구기관을 자율화해 그들이 결과의 성패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연구에 매진하고 이를 평생의 업으로 즐길 수 있는 많은 연구자를 배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가가 투자하는 10조원의 연구비는 두 배로 늘리고 그중 반 이상은 기초연구와 장기적인 연구에 집중하는 혁신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먼 미래를 지향하는 국가의 모습을 정부와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 지금 2, 3만달러를 달성하는 단기적 목표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대다수가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는 미래 국가의 모습이 제시돼야 한다. 한 집권자의 임기 동안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 성공적으로 완수하기보다는 몇 번의 정부가 교체되더라도 국민 모두가 함께 달려갈 수 있는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사이버 한국의 미래가 이러한 욕구와 기대를 충족해 줄 수 있는 대안이라고 믿는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근시안적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대통령보다 멀리 보는 혜안의 국가 지도자를 그리워하는 것은 국민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사이버 한국의 초석을 달구고 임기를 마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를 바라는 것은 IT 분야에 몸담은 나만의 염원은 아닐 것이다. 이제 수레바퀴만을 돌리느라 지친 몸을 추스르고 빨리 그리고 오래 달려갈 수 있는 동력을 만드는 장기적인 계획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태명/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tmchung@ece.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