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업계가 리튬이온 2차전지의 핵심재료인 산화코발트 관세율을 현재의 4%에서 무관세로 낮춰줄 것을 정부 측에 요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휴대폰이나 노트북PC 등 모바일기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2차전지의 핵심재료인 산화코발트의 수입가격이 폭등하면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크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화코발트는 리튬 2차전지의 양극활물질로 사용되는 산화리튬코발트의 원재료로 국내 업체는 대체재가 없어 벨기에·핀란드·중국 등의 지역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 품목이다.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은데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내 업체 처지에서는 산화코발트의 국제시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 그대로 경영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당 26.4달러였던 산화코발트 수입가격이 최근 51.4달러 수준까지 폭등했다고 하니 전지업계에 미친 충격파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된다.
전지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전지연구조합이 재경부와 산자부 등 유관 부처에 산화코발트의 무관세 적용을 건의한 것은 이 같은 배경하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전지업계의 국제경쟁력 회복이 힘든 상황인 것이다. 정부 역시 2차전지 업계의 이 같은 어려움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올해부터 산화코발트 관세율을 종전의 8%에서 4%로 낮춘 것도 전지업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원자재가격 폭등 추세를 감안할 때 산화코발트를 향한 추가적인 관세 인하 또는 무관세 조치를 검토해야 할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 2차전지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은 이미 산화코발트에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며 시설투자의 감가상각까지 끝낸 상태다. 당연히 국내 업체보다 훨씬 유리한 경쟁 환경에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전지업계는 지속적인 국제원자재 가격 폭등과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위기에 봉착했다. 일본을 따라기기는커녕 적자상태를 좀처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내 전지업계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 97년 세계 시장 점유율 7% 선에 불과하던 국내 2차전지 업계가 세계 시장 점유율을 24% 선까지 높이고 생산규모도 1조3000억원 선까지 늘렸으나 갑작스러운 원자재가격 폭등이란 암초를 만난 셈이다. 이를 방관했다가는 중국에도 추월당할 수 있는 위기국면이다.
국내 2차전지 업계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일본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원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게 시급하다. 물론 첨단 공정의 개발과 원가 절감 등 노력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국제원자재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는 정부의 측면지원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 물론 다른 원자재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겠지만 2차전지라는 품목이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기여도를 감안해 관세의 추가적인 인하 또는 무관세를 정부에서 적극 검토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