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정기국회·국정감사도 본질과 동떨어진 대통령선거 후보검증에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정치인에게 기대를 건다는 자체가 바보짓이라는 걸 알지만 해도 너무한다.
정치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요사이 식자층을 대변하는 교수의 선거판 참여는 참으로 가관이다.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대선후보 캠프의 문화예술정책위원장을 맡은 지 35일 만에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정책 구상에 관한 소임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간다고는 하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간 대학평의원회가 총장 사퇴 성명을 냈는가 하면 교수협의회·재학생 설문조사에서도 대다수가 총장직 사퇴 의견을 낸 바 있다.
선거철 직간접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드는 교수를 두고 ‘폴리페서’라 한다. 정치를 뜻하는 영어 ‘politics’와 교수를 뜻하는 ‘professor’의 합성어다.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정책으로 연결하거나 그런 활동으로써 정관계 고위직을 얻으려는 교수를 일컫는다. 안타깝게도 이는 한국적인 영어, 이른바 콩글리시다. 영어사전에도 브리태니커백과사전에도 ‘폴리페서’는 올라 있지 않다. 영문 사이트에서 이 단어를 검색할라 치면 혹시 찾는 단어가 ‘professor’는 아닌지 검색기가 되물어온다.
대선철만 되면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교수가 부지기수다. 대학 총장은 직책과 직위의 상징적 의미 때문에 이번 사례처럼 심한 반발을 사지만 이에 비해 일반 교수는 상대적으로 홀가분하다. 대학과 정치판을 놓고 양다리를 걸치다가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탈락하기라도 하면 강단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들은 혼자 움직이지도 않는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지도 학생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지혜도 가졌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요즘 같아선 교수가 대선 캠프 어느 곳에서도 호출을 받지 못하면 능력이 없다거나 인맥이 빈약하다는 등의 말이 나오기도 한다. 묵묵히 본분을 지키는 대부분의 교수 처지에선 분통이 터질 일이다.
대선철만 되면 매번 반복되는 그릇된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 학생의 학습권을 정치적 사욕으로 짓밟아선 안된다. 진리탐구의 장에서 후학들은 지금도 집 떠난 교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솔루션팀·최정훈차장,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