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집단 전자상가] 첨단 제품과 문화공간으로 부활 꿈꾼다

부천 소풍(왼쪽), 신도림 테크노마트
부천 소풍(왼쪽), 신도림 테크노마트

 집단 전자상가가 제2의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달 말부터 중견 이노그룹이 부천종합터미널 역사 내 전자전문 복합 쇼핑몰인 ‘소풍’을 개장하는 데 이어 오는 12월 1일에는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문을 연다. 하나같이 웬만한 초대형 도심 건물보다 큰 매머드급 규모에 문화공간까지 겸비한 쇼핑 명소의 모습을 자랑한다. 이들 두 곳은 엄청난 수요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공백으로 남아왔던 서울·수도권의 서남부 전자 상권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 20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내 전자 유통시장에서 집단 전자상가는 수많은 경쟁 유통채널에 밀려 위축돼 있던 것이 사실이다. 2000년대 이후 삼성전자·LG전자의 전속 대리점이 급성장하면서 지금까지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하이마트·전자랜드 등 대형 양판점과 할인점, 인터넷·홈쇼핑 등 온라인 시장이 세를 크게 불려왔던 탓이다. 대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전속 대리점이나 전국 점포망을 보유한 대형 양판점, 젊은 소비층을 발빠르게 파고드는 온라인 채널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었던 셈. 그러나 올 연말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신도림 테크노마트나 부천 소풍은 다양한 문화·엔터테인먼트 공간과 원스톱 쇼핑의 강점을 내세워 다시 한번 집단 전자상가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와 부천 소풍의 등장은 우선 국내 전자유통 시장의 지형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수도권 지역 전자상권이 용산(북부)과 강변 테크노마트(동부), 서울 양재동의 하이마트·하이브랜드(남부) 등 3대 축으로 형성돼 있었다면 ‘서부’ 시장이 새롭게 개척됨으로써 동서남북을 잇는 4대 권역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 1998년 개장한 강변 테크노마트는 전자전문점은 물론이고 문화·레저 등 다기능 복합쇼핑몰의 모습을 갖춤으로써 집단 전자상가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다. 현재 수도권 동부 상권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 덕분이다. 이후 집단 전자상가가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지난 2004년 9월 현대아이파크몰은 용산에 둥지를 틀고 이 지역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했다. 수도권의 동북부를 테크노마트와 아이마크몰이 차지했다면 남쪽에는 하이마트 양재점과 지난 2004년 문을 연 하이브랜드가 주목받았다. 하이브랜드는 개점 초기 400여개 전자 전문점을 중심으로 강남 상권을 조기에 장악했고 양재역 인근에는 하이마트가 대규모로 들어서며 일찌감치 상권에 포진했던 것이다.

 특히 이번에 오픈하는 신도림 테크노마트와 부천의 소풍은 그 규모나 담고 있는 콘텐츠가 종전과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집단 전자상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연면적이 30만5934㎡(9만2000평)에 지하 7층, 지상 47층의 초대형 규모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신도림역 주변에서 인근 상권은 물론이고 수도권 서남부 지역의 수요도 상당부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천의 소풍도 부천종합터미널에 연면적 5만㎡(1만5000평) 규모로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개점한다. 부천터미널 소풍의 총 연면적은 20만㎡ 규모로 서울 코엑스의 1.7배, 63빌딩의 1.3배에 이른다.

 더욱 주목받는 변화는 초대형 쇼핑몰의 ‘문화 코드’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와 부천 소풍은 대도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유명 백화점과 공연장·레저시설·영화관 등 이른바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하나로 합쳐놓은 컨셉트다. 쇼핑몰이라기보단 문화 명소에 가깝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초대 대표이사인 박흥수 사장은 “고객들이 즐겨 찾고 오래 머물고 싶어야 자연스럽게 쇼핑 시간도 늘어나는 것 아니냐”면서 “고정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쇼핑 명소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 문화 트렌드를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