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첫삽을 뜬 국립과천과학관 건설 현장에서는 내년 11월 개관을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과학관은 국민이 과학기술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고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과학문화 확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이 다양한 전시품과 체험시설로 과학기술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흥미를 갖도록 해준다.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관심과 젊고 우수한 인재는 국가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에 과학관은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과학관은 그 수도 적고 역사도 짧은 편이다. 현재 국내에는 국립과학관 7개, 공립과학관 37개, 사립과학관 18개 등 모두 62개에 그친다. 이는 인구 약 80만명당 과학관 1꼴에 해당하는 것으로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대다수 선진국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관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의 과학박물관은 런던대박람회(1851년)를 계승해 1857년에 건립됐으며 뮌헨의 독일박물관도 1903년에 설립됐다. 영국사람 제임스 스미소니언의 유산을 바탕으로 1846년 만들어진 미국의 스미소니언박물관은 자연사박물관·항공우주박물관 등 19개 박물관과 9개 연구소로 구성된 매머드급 규모다. 매년 20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기도 하다. 일본에서도 메이지유신 직후인 1871년 국립과학박물관이 설립됐고, 지난 2001년에는 첨단기술 중심의 과학미래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1927년 서울시 중구 예장동에 은사기념과학관을 처음 건립, 일본인의 손에 운영되다가 해방과 함께 국립과학박물관으로 개명했다. 이후 1948년 정부 수립으로 ‘국립과학관’으로 개칭했다. 하지만 국립과학관은 한국전쟁으로 전소된 후 명맥만 유지하다 1962년 창경궁 옆 지금의 국립서울과학관 터로 이전했고 1990년 대전에 국립중앙과학관이 문을 열 때까지 중앙과학관 역할을 해왔다. 현재 국내 국립종합과학관은 이 두 곳뿐으로 국민의 과학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리나라의 국가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국립과학관을 만들기로 하고 지난 2002년부터 과천과학관 국립과학관 건립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립과천과학관은 과학기술부와 경기도가 공동 추진하는 사업으로 경기도 과천시에 24만3000㎡, 건축 연면적 4만9000㎡ 규모를 갖추고 있다. 주요 시설로는 기초과학·첨단기술·어린이탐구체험·자연사·전통과학 등 5개 분야별 전시관과 특별전시관·과학기술사료관 등이 본관에 들어선다. 본관 전시면적만 1만9000㎡로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상설전시관 7200㎡의 2.6배에 이른다. 본관 전면에 과학광장이 조성되고 본관 뒤쪽으로 천체관과 천체관측소가 세워진다. 또 옥외전시장과 생태체험학습장·과학캠프장이 만들어진다. 3만3000㎡ 규모의 옥외전시장에는 실내에 배치하기 어려운 대형 전시물이 설치되고 2만3000㎡ 규모의 생태체험학습장은 자생야생화원·생태습지·수목원과 자원식물원 등으로 꾸며진다.
정부는 과천과학관을 건립하면서 세 가지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첫째, 체험 위주의 열린 과학관이다.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전시품과 시설을 구성할 예정이다. 각 전시관에는 놀이와 체험·교육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첨단 전시매체를 활용해 관람객과 상호 작용하는 탐구형 전시품을 마련 중이다. 둘째, 수요자 중심의 관람환경이다. 다양한 관람객을 염두에 두고 적정 높이의 전시대와 전시품 설명판·점자설명문을 준비하는 한편 관람객들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관람동선을 따라 인터넷카페 등 휴게공간을 배치하고 있다. 또한 맞춤형 관람지원시스템을 도입, 개인별 관람시간과 관심분야에 맞춰 첨단 휴대기기로 관람동선과 전시품을 설명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셋째, 새로운 과학관 운영 방식이다. 전시품과 실생활의 과학기술 활용사례 등을 토대로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관람객이 다양한 시각에서 과학기술을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1년 뒤 선보일 국립과천과학관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중흥의 발판으로, 향후 건립될 과학관의 모범이 되고 과학문화의 전당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윤대수 과학기술부 국립과학관추진기획단장 dsyoon@mos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