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대표 김신배)이 주당 1만1900원에 하나로텔레콤의 기존 대주주인 ‘AIG-뉴브리지’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기존 지분을 합하면 SK텔레콤은 43.59%를 보유, 하나로텔레콤의 최대 주주가 된다. 물론 ‘정부 인가’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SK텔레콤은 이르면 이달 중순께 정보통신부에 인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정통부는 인가 신청 후 두 달 이내 가부를 결정하게 돼 있지만, 추가 자료 요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정책 협의 등을 고려하면 인가 시기를 정확히 못박을 수 없다. 공은 정부로 넘어간 셈이지만 SK텔레콤의 역할도 끝난 것은 아니다. ‘(무선) 시장 지배력 전이’를 앞세운 까다로운 인가 조건의 논리를 ‘최적’으로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SK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을 인수, 유무선을 모두 거느린 종합통신사로 거듭나게 됐다. 그동안 유선통신을 바탕으로 통신업계 맏형 노릇을 해온 KT와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통신분야에서도 융합이 급물살을 타면서 유무선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지금, 두 통신공룡들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고 있다.
◇“더 이상 맏형은 KT가 아니다”=‘빼앗긴 011을 찾아옵시다.’ 몇 해 전 KT 분당 사옥 엘리베이터 모니터에 나왔던 구호다. 민영화 이후 새로운 도약을 꿈꾸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KT가 과거 자회사인 ‘한국이동통신’을 SK그룹에 넘긴 ‘최대의 실수’를 어떻게 회고하는지, 현재 어떤 각오를 다지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KT와 SK텔레콤, SK텔레콤과 KT는 이렇게 숙명적인 라이벌로 성장해왔다. SK그룹이 지난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를 통해 통신 시장에 발을 디딜 때만 해도 통신 시장에서 SK의 입지가 이 정도일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1997년 신세기통신의 합병과 국내 이동통신 산업의 무한 성장은 통신 시장의 맏형임을 자타가 공인해왔던 KT의 존립에 위기의식을 가져오게 했다. KT라는 단일 기업의 매출 규모나 유무선 관련 직접 자회사로 편재돼 있는 KT그룹 통신사의 외형은 SK그룹 통신 인프라와 비교할 수 없었지만, ‘융합’을 키워드로 한 ‘u미디어’ 시장으로 가는 지금 SK 통신 그룹이 보유한 인프라와 내공은 오히려 민간기업에서 성장해온 경쟁력을 앞세워 KT를 위협하고 있을 정도다.
◇‘u미디어’의 최고 자리를 두고 본격 경쟁 = KT 역시 민영화 이후 자회사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와이브로와 같은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을 직접 벌이거나 방송·영화·콘텐츠·자산관리·솔루션 비즈니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IPTV와 같은 신규 융합 사업은 주도권을 절대 놓치지 않으려 사활을 걸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무선의 최고 강자에서 출발해 회선임대나 국제전화, 인터넷전화 등 유선 및 기업 통신, 방송, 부가서비스 및 콘텐츠 분야로 이미 영역을 넓혀왔다. 콘텐츠 분야는 전문 포털 분야에서 위협을 느낄 정도로 내부 역량을 갖추고 오히려 광범위한 의미의 ‘온오프라인 기반의 커뮤니티’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민영화 3기로 가는 KT와 그룹 전열 정비가 숙제인 SK=KT와 SK텔레콤 두 통신 진영은 국내 통신 시장의 성장을 견인해온 주체이자 경쟁자다. 100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공기업에서 출발해 변신을 꾀하고 있는 KT통신그룹이나 인수합병(M&A)으로 ‘무임승차’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던 SK텔레콤 진영은 서로 다른 숙제와 같은 숙제를 풀어야 하기도 한다. SK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계기로 그룹 내 복잡한 통신 관련 사업 영역을 정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SK텔레콤의 M&A 전략이 성공적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KT 역시 ‘공룡 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SK보다 먼저 갖춘 유무선 융합 인프라를 정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양 진영 모두 일사불란한 지도력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또 포화된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에서 통신강국 코리아의 대표 주자로 우뚝 서는 것 역시 두 진영의 공통 숙제다.
김순기·신혜선기자@전자신문, soon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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