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약 보름 앞둔 시점에서 각 후보의 정보기술(IT) 공약을 살펴보면 일제히 IT 기반 기술의 발전과 각종 산업의 IT융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공약의 줄기가 작게는 통신방송 통합 혁신을 도모하고 크게는 IT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산업 간 융합을 거친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가시적이고 화려한 IT 공약 속에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산업에 관한 현안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하는 부문은 미미하다.
왜냐하면 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통신방송 융합과 콘텐츠 분야 청년 일터 조성, IT 청년인력 해외 진출 지원 및 중소기업에 평생일터 만들기 등과 같은 공약은 큰 수렁에 빠져 있는 IT산업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에 ‘3만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SW 전략’이라는 주제로 ‘NSF 2007’ 행사를 대규모로 거행했다. 여기에서 한국SW진흥원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SW산업은 막연하던 우리 SW의 한계와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밝혀 주목을 끌었다.
즉, SW 실물시장에서 기업의 수익성이 점점 악화돼 재투자를 하지 못하면서 노동시장에서 개발인력의 이탈과 기피로 우수인력이 나날이 감소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SW의 품질수준은 발전을 멈춰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 생산성과 과당 경쟁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SW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진단이다.
내가 컨설팅과 감리 일선 현장에서 느끼는 근본 원인은 몇 년 전부터 우수 개발인력이 SW 개발업무에 대한 매력을 잃고 다른 길로 돌아서서 고급 인력난이 심각한데도 개발단가는 정부가 제시한 단가에 75%도 못 미치고 있다는 모순 속에 그 원인의 실체를 찾을 수 있었다.
또 인터넷과 웹의 확산으로 사용자의 요구와 눈높이는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데 지속적인 야근과 업무 과중은 젊은 우리 개발자의 설 땅을 점점 좁아지게 만들고 이에 따라 첨단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SW업계 선배 세대로서 크게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월 말 이러한 SW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보통신부와 한국SW진흥원에서 ‘SW산업 정보 종합시스템’을 구축, 건전한 SW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 기업과 발주자 모두 기초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줄이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소극적인 정책으로는 SW산업을 근본적으로 부흥시킬 수 없다. 모든 산업의 발전과 부흥은 우수한 인적 물적 자원이 몰려들 수 있는 터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왜 젊은 개발자가 개발현장을 4D로 인식하고 떠나는가. 왜 의욕적인 SW 전문업체가 문을 닫고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인 솔루션이 없는가.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SW산업은 부흥할 수 없는가. 정말 우리의 자식들이 SW 관련 산업의 대를 잇게 할 수 있겠는가. 혹시 몇 년 후에는 응용 SW도 모두 외산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제 제 값을 받지 못한 프로젝트는 개발업체만의 적자에서 머무르지 않고 IT산업을 붕괴하고 사회적·국가적으로 모두 같이 침몰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재인식할 때가 됐다. 즉, 최저가 입찰과 발주는 IT의 핵심분야인 SW 품질 저하와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중장기적으로 국가적 큰 손실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때다.
SW산업은 단순한 IT산업의 일부가 아니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장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임을 인식하고 SW와 콘텐츠 산업의 부흥은 우리민족의 고유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우리 삶의 일부임을 고려하자.
따라서 2008년부터는 우수한 개발 인적자원이 재집결할 수 있도록 정부기관부터 SW 개발 단가를 현실화해 수·발주에서 시작된 악순환의 꼬리를 끊어야 한다.
즉 새 정부에서는 산업적 부가가치가 제일 높고 인적자원이 풍부한 우리민족에 가장 잘 맞는 SW산업이 새로운 경제 성장의 주춧돌이 돼 세계적인 명품도 출현하고 돈 벌고 대우받는 직종으로 자리 매김하는 새로운 정책과 방향이 제시되기를 기대해 본다.
대선 후보의 시야가 15일 후나 5년간만 보지 않고 15년 후, 50년 후를 본다면….
◆한국정보통신기술사협회 부회장/기술사 김연홍 yonkim@itkang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