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이 마침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하지만 IT분야에서는 여전히 공약다운 공약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소리가 나온다. 공약마다 나름의 철학과 목표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것들이어서 공허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 5일 본지와 한국정보과학회가 함께 마련했던 ‘차기정부 IT정책토론회’를 지켜본 이들의 반응만해도 그렇다.
이날 행사는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이 소속 후보의 IT공약을 소개하는 자리였지만 방청석에서는 도대체 어느게 어느당의 것인지 구분이 않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두 당이 이날 소개한 공약들은 큰 골자만 봐도 IT산업 재도약, IPTV서비스 조기도입,소프트웨어살리기, 우수인재 양성 등 비슷하다 못해 서로 베낀 거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런 현상은 두 당 뿐 아니라 다른 주요 후보들에게서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공약이 유사하다는 비판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우리 IT산업이 처한 현실을 반영하다 보니 그런 공약이 공통분모로 도출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공약들이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성찰을 담보로 하지 않았다는 것은 IT산업 재도약의 경우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거의 모든 후보가 내건 이 공약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IT강국 위기론에 대한 해법인 셈이다. 하지만 그 해답이 ‘재도약’ 정책이 아니라, 이를테면 핸드폰·디스플레이·반도체가 전체 수출·생산의 7할 이상을 차지해온 IT강국의 허상을 파악하는게 더 급선무라는 사실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왔더라면 금방 알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10일부터 부재자 투표용지가 발송되고 13일부터 부재자 투표가 시작되면 대선은 막바지로 치닫게 된다. 그러나 누가 IT강국의 위기를 극복해낼 것인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제라도 IT업계의 표심을 모을 현실적인 공약을 기대해본다. 서현진정책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