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금융기관들이 참여하는 1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R&D펀드를 조성하겠다. 중소기업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정부시스템을 구축하겠다.”
무소속 이회창 대선후보가 내 놓은 경제공약의 큰 축 가운데 하나가 중소기업 육성·지원이다. 이 후보는 국가 R&D 투자의 10% 이상을 중소기업에 우선 배정, 자본력이 부족한 기업의 연구 개발 의욕을 고취한다는 계획이다. 또 산업은행·기업은행 등이 참여해 1조원 규모의 R&D 펀드를 만들어 매칭펀드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것.
이 후보가 중소기업 R&D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글로벌 시대에 연구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더 이상 발 붙일 곳이 없다는 절박한 시대적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단순 조립 생산 의존형 사업으로는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후보측이 나라경제의 뿌리가 될 ‘10만 핵심기업’을 지정해 육성하겠다는 것도, 중소기업들이 차별화된 경쟁격을 갖춘 기술기업을 지향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복안이다.
부품관련 단체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기업 투자는 기업 역량에 맞게 시장에 맡겨 놔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잘 모르는 소리”라면서 “중소기업 R&D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후보 공약에는 중소기업 R&D 지원을 어떤 형태로 하겠다는 구체적인 제시가 없어 아쉽다”며 “단순히 나눠주기식 R&D 지원은 지양하고, 지원 사업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지향형 중소기업이 다수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비교적 규모가 되는 중견기업의 비중을 현재의 0.5%에서 1.6%로 확대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산업구조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현 정부가 추진해 온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에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자율적으로 상생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강도높은 개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지나친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나 횡포를 방지하는 정책을 추진해 하도급 관련 법령을 보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개정할 것”이라며 “그러나 실효성을 위해서는 법령개정과 병행해 대·중소기업간 자발적인 상생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게 중요한 만큼,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기술지원, 경영지원, 자금지원 등에 대해 세제상의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한 CEO는 “참여 정부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기업 상생협력 정책이 진행됐고 일부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며 “다음 정부는 또 새 정책을 만들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 보다 기존 정책을 보완·강화해 중소기업에 실질적 혜택이 더 많아 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대선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