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란다

 제17대 대통령선거가 막을 내렸다. 온갖 네거티브 공세와 정치적인 폭로로 얼룩진 선거였지만 경제를 살리고 희망의 불씨를 다시 한 번 지펴야 한다는 국민적 염원은 표심으로 어김없이 나타났다. 이제 국민의 시선은 향후 5년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거함(巨艦)을 이끌고 나갈 대통령 당선자의 지도력과 미래 비전에 모이고 있다.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갈수록 활력을 잃고 있는 한국경제를 꿈틀거리게 만들 역사적인 책무가 대통령 당선자의 어깨에 있다.

 하지만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과 정치적 공세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걱정스럽다. 당선자에게 힘을 실어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또 다른 정쟁으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불식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루빨리 대선 후유증에서 벗어나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 각 분야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빌 뿐이다.

 아무튼 대선 후보자에서 당선자로 신분이 바뀐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기간 국민에게 제시한 각종 공약을 구체화하기 위해 앞으로 대선 기간 못지않게 바쁜 행보를 보일 것이다. 인수위를 꾸리고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를 만나 민심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일 것이다. 이를 통해 선거 기간 쏟아냈던 대선 공약의 실천 가능성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오늘부터 대통령 당선자가 가장 먼저 할 일은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왜 정부가 내놓은 각종 경제 통계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데 경제는 활력을 잃고 있는지,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젊은이가 직업을 찾지 못하고 희망에서 멀어지고 있는지 솔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희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대선 과정에서 대선주자는 우리 경제가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등 그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어왔던 주력산업은 글로벌 경쟁 무대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일본 등에 밀려 언제 덜미를 잡힐지 모른다. 10∼20년 이후를 내다보고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우리 사회가 모든 지혜를 짜내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대통령 당선자가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공계 기피현상을 막고 과학자가 진정 존중받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현시점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과학자가 자신의 아이에게는 과학자가 되지 말라고 말하고 외국에서 공부한 과학 두뇌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정말 요원한 일이다.

 지난날의 영화(榮華)와 해외의 찬사에 안주해서도 안 된다. 그동안 우리는 IT코리아라는 신화에 젖어왔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나 PC 보급률이 세계 몇 위라는 통계와 IT강국이라는 수식어에 취해 글로벌 무대에서 자꾸 뒤처지고 있는 게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각종 통계와 IT강국이라는 허명에 파묻혀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다시 뛰어야 한다.

 잔뜩 위축된 벤처 생태계를 다시 살려내고 ‘죽음의 계곡’에서 헤매고 있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나아가 대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기업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일을 지금부터 대통령 당선자가 해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