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엔지니어들이 밤새 젊음을 불태우는 광란의 댄스파티나 검은색 정장 차림 CEO들의 격조있는 연회는 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90년대 후반 실리콘밸리에서 연말이면 빼놓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함께 사라진 듯 했던 실리콘밸리의 송년파티 문화가 최근 되살아나고 있다고 포브스가 최근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의 간판 기업 구글은 최근 마운틴뷰 본사 옆 음악 콘서트장을 통째로 빌려 성대한 송년 파티를 열었다. 완벽하게 정장을 갖춰 입은 사람들부터 실리콘밸리 엔지니어의 전형적인 복장인 티셔츠, 청바지 차림까지 다양한 직업과 인종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과 비디오게임, 음악을 밤늦도록 즐겼다. 구글의 송년 파티는 2004년 회사 창립 이후 불과 4년 만에 다섯 배가 넘게 늘어난 1만6000명 전 직원을 모두 초대하기 위해 이틀에 걸쳐 개최돼 사세를 과시했다.
샌프란시스코 남부에 본사를 둔 바이오기업 제네텍은 야구장 내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송년을 축하했고 엘프라는 UCC사이트 업체는 회원 2000여 명을 초청해 80년대 팝송과 DJ, 밸리댄스, 훌라후프 공연이 어우러진 화려한 파티를 열었다. 음식은 샌프란시스코 시내 유명 레스토랑에서 공수했고 마티니 대신 ‘엘프티니’라는 이름의 칵테일이 전 참석자에게 무료로 제공됐다.
웹2.0 기업 슬라이드는 직원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주일간의 송년 휴가를 즐기는데 필요한 비용을 일부 제공하기로 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금요일 밤 버진아메리카 비행기를 단체로 타고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 호텔 대형 스위트룸에서 숙식하며 일주일 내내 클럽과 카지노에서 맘껏 즐길 계획이다. 슬라이드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는 토니 팸은 “평소 주당 60∼80시간, 심지어 100시간을 일해온 데 대한 응분의 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먹고 즐기는 송년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PR 업체 안테나그룹과 투자업체 씽크에쿼티가 공동 주최한 송년회는 실리콘밸리 유망 신생기업 CEO에게만 초대장이 주어졌다. 칵테일드레스와 비즈니스 정장을 입고 나타난 CEO들은 와인을 마시며 사업 제휴나 시장 전망을 논한다. 올해 캘리포니아 클린테크 오픈 행사에서 구글 그린빌딩상을 수상한 인터넷 건축자재 업체 빌드패스트, 태양에너지 업체 솔포커스, 아이스 에너지, 솔라icx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