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에 들어 선진국가로 진입하거나 국력을 한층 강화한 나라로 싱가포르·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아일랜드 등이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이들 국가의 공통점이 정보화 혹은 IT를 국가성장동력과 혁신의 지렛대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IT가 지식혁명시대의 국가 미래를 설계하는 강력한 기술이자 비교우위전략으로 작용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제정치학적 시각에서는 지식정보화 혁명의 여파로 대부분의 나라가 미국의 패권적 IT 질서 속에 편입돼 있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인터넷이란 네트워크 파워의 실체는 다름아닌 미국이라는 거미가 다스리는 그물망 체제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중국과 인도 등이 세계시장의 핵심주체로 참여하고 있고 IT 융합에 의한 이노베이션으로 발전도상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할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측면이 보다 크게 평가돼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EU·일본 등 선진국도 첨단 IT와 다른 기술의 융합으로 구조개혁과 국가 과제를 극복, 미래 국가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예컨대 첨단 IT와 융합해 신성장동력은 물론이고 건강장수사회·안심안전사회·지속가능사회 등 미래국가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얻을 교훈은 무엇일까. 이제는 IT의 한계 성장론이나 포화 정체론을 넘어 IT에 의한 경제활동의 생산성과 국가시스템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IT 역량화 국가(IT-enabled Nation)전략을 보다 과감히 채택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1990년대 후반 이후 우리가 성취한 IT산업의 성장률 10∼17%의 위업을 당분간 유지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21세기에 들어와 IT를 기반으로 해 3만달러 국가로 도약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나는 IT와 접목한 융합기술의 끊임없는 진화를 선도하면서 미래사회의 풍요를 실현하는 IT기반 초일류국가비전을 ‘슈퍼 IT 코리아(Super IT Korea)’로 명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IT역량화 강국의 기본조건으로 광대역지능통합망·융합기술 산업·융합지능사회 인프라·강력한 융합전략 리더십이라는 4대 전략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세계 최초로 광대역지능통합망(Super BcN, Future Internet) 구축에 도전하자. 우리가 구축 중인 광대역통합망과 제조물·기계·시설물· 환경 등 물리적 세계를 연결하는 미래망 구축 및 운용, 연구개발 능력을 미리 확보하지 않으면 우리의 IT강국 신화는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둘째, 정보통신기반 고도화 전략과 함께 NT·BT·ET 등 융합기술 산업을 연계시키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IT산업의 내재적 선순환 구조를 자극해 성장엔진을 가동시켜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IT산업과 조선·철강·자동차 등 여타 산업 간 선순환 가치사슬을 작동시키는 융합기술 역량화 산업 창조로 무게중심을 옮겨가야 한다.
셋째, IT인프라를 보다 확장해 다른 사회적 인프라 간의 전체 최적을 실현하는 융합지능사회 인프라로의 혁신이 필요하다. 미래 IT는 21세기 국가시스템을 견인하고 사회적 대통합 인프라로서의 역할이 보다 강화될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환경, 의료와 건강, 에너지 등 지구적 과제를 극복하고 해결하는 융합지능사회 인프라의 구축과 그 운용능력을 서비스화하고 수출하는 IT융합모델의 세계화가 우리의 살길이다.
마지막으로 IT로 위대한 산업, 국민 삶의 질 혁신, 한국형 지식국가 모델을 창조하는 국가경영능력으로서의 슈퍼 IT 리더십 확보가 관건이다. 세계는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여타 산업에 파고드는 융합기술 산업 창조와 융합지능인프라 건설로 국부를 획득하는 시대로 가파르게 치닫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다시 한 번 첨단 IT와 융합해 ‘슈퍼 IT 코리아’에 도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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