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년특집]휴대폰, 로마로 통하는 길

 지난해 11월 퇴임한 소니에릭슨의 마일즈 프린트 전 회장은 휴대폰의 미래를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용 컴퓨터(PC)의 과거를 돌아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휴대폰이 모바일 브로드밴드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프린트 전 회장뿐만 아니라 휴대폰의 미래를 예측하는 발언은 수없이 많고 그 결과는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공통된 견해는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듯이 모든 정보는 휴대폰으로 통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휴대폰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빠른 시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도구다. 10년 전의 휴대폰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전화, 즉 ‘휴대형 전화’였다면 현재의 휴대폰은 이미 카메라, MP3플레이어 등과 결합한 다기능 기기로 변모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5년 후 휴대폰이 어떤 기능을 갖추게 될지도 가늠하기 힘들다. 특히 3세대로 넘어가고 있는 현재의 이동통신이 3.5세대를 거쳐 4세대로 진입하게 되면 휴대폰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강력한 힘을 가진 ‘새로운 무엇’이 될 것이다.

 업계 전문가조차 휴대폰의 미래를 쉽게 점치지 못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10년 전, 아니 5년 전만 해도 현재의 휴대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며 “앞으로 휴대폰이 어떤 모양으로 발전해 나갈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단지 어떤 기능을 갖게 될지 예측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동통신사와 단말 제조업체들이 준비하고 있을까. 휴대폰 변화의 방향을 가늠해 보자.

◇4G 통합단말기 등장=휴대폰은 이동통신과 뗄 수 없는 관계다. 따라서 휴대폰의 발전방향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이동통신의 발전방향을 먼저 살펴야 한다. 2010년 이후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4G 이동통신은 누구든지(anyone),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 어떤 서비스(any service)라도 이용할 수 있는 ‘4 애니(Any)’를 지향한다. 이에 따라 4G 서비스가 이뤄지면 집이나 사무실 등 실내는 물론이고 차량이나 지하철, 비행기나 배 안에서도 항상 네트워크에 접속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4G는 정지 상태일 경우 1 , 이동할 때는 100M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로 규정됐다. 이동통신망뿐 아니라 유선통신이나 무선랜, 위성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통신과 방송·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결국 이런 흐름에 맞춰 휴대폰은 기존에 각각 다른 역할을 하던 단말기들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컴퓨터·내비게이션·홈네트워크·게임기·MP3 등 다양한 기기의 기능을 담은 휴대폰이 선보이고 있고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걸거나 입거나=휴대폰이 4G 및 유비쿼터스 시대의 중심기기로 발전하는 데 가장 어려움 점은 크기다. 휴대폰은 노트북PC·PMP·게임기 등 다양한 기기의 기능을 담고 있지만 그 특성상 무한정 크기를 키울 수 없다.

 배터리와 디스플레이의 한계 때문이다. 결국은 이마저 극복되겠지만 조금 먼 미래의 일이다. 지금 기준에서 가장 큰 휴대폰 액정은 아이폰의 3.5인치다. 터치스크린이라는 신기술이 적용된 이 제품은 휴대폰 사용자환경(UI)의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일각에서는 휴대폰이 최소한의 통화기능을 담은 부분과, 종합 멀티미디어 단말기로 이원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블루투스 등 근거리 통신이 발전하면서 헤드세트 등 소형기기에 휴대폰의 기능을 담는 것도 어렵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소니에릭슨 등은 손목시계 모양의 휴대폰 등을 개발해 놓았다.

더 나아가 통신기능과 멀티미디어 기능이 통합되면서 단순한 휴대폰 형태가 아닌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입는 PC’와 같이 전혀 다른 개념의 디자인도 등장할 수 있다.

◇확장 가능성은 ‘무한대’=미래의 휴대폰은 통화, 데이터 등 일부 서비스에 머무르지 않고 엄청난 확장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의료·금융에 이르기까지 휴대폰의 영향이 미치지 못할 곳은 없다. 원격진료·재고관리·홈네트워크 등 생활전반에서 업무환경까지 휴대폰은 핵심기기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동통신사는 서비스 업계 전반과 결합하면서 휴대폰의 사용영역을 급격히 확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