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나영재씨는 최근 북한 작가의 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나영재 감독은 국내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할 경우 작가나 출판사 등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는 게 당연하고, 해외 저작물 역시 국내 저작물과 거의 동일하게 보호받고 있어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북한은 조금 예외적인 상황이란 생각이 드는데, 북한의 저작물 사용을 위한 절차는 어떤 것일까요?
▶북한 작가의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에도 국내와 동일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대신 북한 저작권자의 접촉이 어렵기 때문에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북한 저작권자의 허락을 대신해주고 있습니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 헌법과 그 헌법 하에 제정된 저작권법 등의 효력은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북한 지역에도 미칩니다. 그러므로 북한 주민이 창작한 저작물에 대해서도 남한에서 창작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저작권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는 남북 간의 교류가 빈번하지 않아 북한의 저작권자와 접촉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워 남한에서 북한 작품을 출판하거나 할 때 북한 주민의 저작권 보호에 소홀했던 측면이 일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5년 3월 민간단체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북한 당국과 저작권 문제 교류협력사업을 통해 일부 북한 저작물들에 대한 관리위임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북한 작가나 예술가들은 조선작가동맹, 예술가동맹에 속해 월급을 받고 창작활동을 하기 때문에 북한법상 개인이 저작권을 전부 행사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북한 당국의 승인도 함께 받아야 저작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통일부의 반입 승인을 받아야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북한과 합의한 저작물 이용에 대해 북한 내각 산하 저작권 사무국의 공증확인서와 저작권자의 승인을 받아 저작물을 이용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한편 저작권위원회는 지난달 북한 국적으로 활약한 무용가 고 최승희의 장고춤 ‘독무’와 부채춤 ‘군무’ 2편의 공연장면이 담겨 있는 영상물 2건을 저작권 등록했습니다. 만약 이 영상물을 이용하고자 할 경우도 남북경제협력재단이 저자권 이용허락을 대행해주고 있습니다.
북한의 저작물을 이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북한 측의 업무 처리 절차에 따라 각기 다릅니다. 과거 출판, 영상 분야에 국한됐던 북한 저작물 이용 문의도 최근에는 음악 등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바이브, 마야, 배슬기, 베이비복스 리브 등 신세대 가수가 대거 참여, 각자의 개성을 살려 북한의 대표곡들을 편곡해 부른 음반 ‘동인’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제작됐습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도움말=저작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