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시장 기지개 켜나?!

주요 인터넷전화 사업자의 요금수준
주요 인터넷전화 사업자의 요금수준

 망 이용 대가가 인하되면서 지지부진했던 인터넷전화(VoIP) 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당장 삼성네트웍스나 SK텔링크와 같은 인터넷전화사업자들의 요금 인하 여력이 생겼다. 새해 상반기 중 시행할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도나 기간통신사업자들의 결합상품 활성화와 맞물려 기존 유선통신사업자들이 수세에서 공세로 입장을 바꿀 것으로 예상됐다. 변두리에 있던 인터넷전화가 통신 시장의 한가운데를 향해 움직이게 됐다.

◇활성화 걸림돌이 사라졌다=인터넷전화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은 두가지였다. 기존 유선전화에 비해 그다지 저렴하지 않은 데다 기존 번호를 놔두고 ‘070’이라는 새 번호를 써야 한다는 점이다. 새해부터 이런 장애물이 사라진다.

기존 유선전화와 인터넷전화는 시외통화 요금이 차이가 나지만, 실제로 고객에게 이는 강한 유입 유혹이 되지 못했다. 망 이용대가 30% 인하로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통신료를 더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여기에 내년 초 인터넷전화 번호 이동이 시작된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은 이동전화처럼 기존 유선전화 번호를 바꾸지 않고 사업자를 바꾸는 개념이다. 더 이상 ‘070’으로 시작되는 식별번호를 쓰지 않고 기존 유선전화번호를 쓸 수 있다. LG데이콤이나 하나로텔레콤 외에 KT가 이 시장에 본격 참여의사를 밝힌 이유 역시 번호이동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기존 유선전화 시장을 고스란히 내줘야하는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기업 시장을 위주로 인터넷전화 시장을 확대해 온 삼성네트웍스와 SK텔링크 등은 내년 초 시행될 번호이동제도를 앞두고 설비와 시스템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대기업, 결합상품도 변수=인터넷전화가 지금은 단일 서비스 시장을 형성했지만 앞으론 결합상품을 중심으로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기간통신사업자 중 일찌감치 인터넷전화로 가정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LG데이콤이나 본격적인 시장 참여를 선언한 KT, 하나로텔레콤 등 모두 관계사 통신 서비스와 묶은 결합상품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라는 결합 상품의 최대 장점은 바로 ‘요금할인’이다. 여러 상품을 묶어서 판매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서비스 선택권은 줄어드는 대신 요금을 파격적으로 할인하며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중소 별정사업자는 ‘바람 앞 등불’=기간 및 대형 별정통신사업자들이 인터넷전화 시장에 공격적으로 나선 데다 정부가 발신에 대한 망 이용 대가를 산정하면서 그동안 인터넷전화시장을 개척해온 중소 업체들은 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미국 인터넷전화사업자인 보니지의 경우 월정액 상품을 내세워 승승장구하다가 컴캐스트 등 케이블사업자가 TPS일환으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장세가 멈추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전화서비스 하나만을 싸게 제공하는 사업자와 전화·통신·인터넷을 동시에 제공하면서 할인 폭이 큰 서비스 간에 대결이 쉽지 않다. 세계 최대 소프트폰 사업자인 스카이프 역시 거실을 파고드는 하드폰으로 눈을 돌리는 등 영세한 인터넷사업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 사업자들이 정통부에 발신 이용대가 산정을 철회해줄 것을 내용으로 한 건의문을 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소프트폰’ 이용자 부담 증가 논리가 정부의 인터넷전화 활성화 의지를 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신혜선·김인순기자@전자신문, shinhs·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