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재편의 시기(The Age of Realignment)’였다.”
미국의 IT전문 매체인 IDG뉴스서비스가 한마디로 표현한 2007년 세계 IT시장의 모습이다.
30일 IDG뉴스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6월 시대정신이 듬뿍 밴(zeitgeist-defining) ‘아이폰’을 출시, 기존 휴대기기 시장을 뒤흔들었다. 델과 애플은 과거의 영광을 다시 얻기 위해 ‘다이렉트 마케팅 고수 폐지’라는 자기부정까지 감행했다. 검색 서비스 업체인 구글 역시 구글폰으로 하드웨어 시장의 재편을 노리고 있으며,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SNS)를 위해 최근 공개한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통해서는 SNS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IDG가 선정한 올해 10대 IT뉴스를 요약·정리한다.
◇SW업계의 인수·합병 바람=전 세계 소프트웨어(SW) 시장이 갈수록 포화되면서 글로벌 업체간 합종연횡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올 한해 SAP는 비즈니스 오브젝트를 68억달러에 사들였다. IBM은 코그노스를 50억달러에, 오라클도 하이페리온을 30억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특히 오라클은 67억달러를 제시하며 BEA 인수에 열 올리고 있는 것도 새해 주목할만한 포인트다.
◇델의 변신=그간 ‘직접 판매 방식’으로 세계 PC 시장을 장악해온 델이 최근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자 결국 올해 다이렉트 마케팅 방식을 포기했다. 일단 결과는 좋다. 3분기 수익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노트북 판매의 호조도 청신호다.
◇아이폰, 시장을 개혁하다=델의 혁신이 내부를 향해있다면, 애플이 세우는 개혁(reinvent)의 칼은 시장을 겨눈다. 매킨토시와 아이팟 등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기존 시장의 룰을 다시 써온 애플은 이번엔 아이폰으로 세계 휴대폰 시장을 유린하고 있다.
◇봇넷의 증가=스톰웜(Storm Worm), e카드 초대장, 에스토니아, 론 폴 하원의원(미 대선후보)의 공통점은? 답은 ‘봇넷(Botnet)’이다. 봇넷이란 봇 악성코드에 감염된 PC들의 집합이다. 에스토니아 정부 웹사이트는 지난 4월 봇넷의 공격으로 전면 다운됐다. 지난 11월에는 폴 의원 지지 스팸메일이 후보 자신도 모르게 2억통이나 발송됐다.
◇저가 노트북(OLPC)=그간 실현성에 의문이 제기돼온 OLPC 저가(100달러) 노트북 확산 운동이 드디어 올해 결실을 보았다. 당초 목표가보다 판매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가장 싼 노트북의 절반 값도 안 되는 가격 때문에 기존 노트북 시장의 일대 재편이 예고된다.
이밖에도 구글폰의 실체 공개를 비롯해 △비아컴의 대구글 소송 △SNS의 고공행진 △AMD·윈도비스타의 침체 등이 IDG가 꼽은 세계 IT시장 재편의 주요 사안이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