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한국 휴대폰](7·끝)중동·아프리카 시장

[세계로 가는 한국 휴대폰](7·끝)중동·아프리카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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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메트로시티로 번성을 거듭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두바이 개발의 상징인 ‘셰이크 자예드 로드’ 주변에는 에미리트 타워·월드 트레이드 센터·페어몽 두바이 등 화려한 현대 건축물이 늘어서 있고, 지금도 사막을 가로질러 서쪽 아부다비를 향해 대형 빌딩이 분주히 들어서고 있다. 또 다른 두바이의 랜드마크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인공 수로 ‘크릭강’을 잇는 두 개의 다리. 가장 큰 ‘알 막툼’ 다리에는 삼성전자의 휴대폰 광고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른바 ‘삼성 브리지’로 더 잘 알려져 있을만큼 삼성 휴대폰은 친숙하다. 지난해 12월 6일부터 22일까지는 두바이 시내 최대 쇼핑센터인 ‘몰 오브 에미리츠’와 ‘시티 센터’에서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뷰티폰’ 로드쇼가 열려 중동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LG전자가 미주·유럽과 거의 동시에 신흥 시장인 중동 지역에도 프리미엄 모델을 선보이기는 처음이어서 현지에서는 남다른 의미다. 적어도 중동 시장의 인지도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 등 코리아 브랜드가 점점 더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동·아프리카 휴대폰 시장은 지금이 시작이다. 전 세계 지역 가운데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곳은 노키아의 텃밭이지만, 신흥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을 비롯해 너나 할 것 없이 경제개발 열풍에 휩싸이면서 휴대폰 시장은 무서운 기세로 커가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쏟는다면 중아 지역의 ‘뜨거운’ 시장을 우리나라가 선점할 수 있는 기회도 열려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성장 시장=중아 휴대폰 시장은 아직 외형면에서는 적은 편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중아지역 휴대폰 시장 수요는 1억2800만대로 10% 남짓한 수준. 그러나 성장세는 가히 독보적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지역별 휴대폰 출하량은 중아 지역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0.5%나 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신장률로 두 번째인 중남미 시장의 15.4%보다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터키·파키스탄·나이지리아·남아공 등은 신흥 경제강국으로 급부상하면서 올해에만 각각 1000만대 가까운 시장 규모로 올라섰다. 오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은 오일달러가 넘쳐나는 중동보다 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만 해도 아프리카 시장과 중동 시장 비율이 각각 54%와 46%였지만, 올해는 59%와 41%로 격차를 더욱 벌렸다. 내년에는 62%대 38%로 아프리카 시장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극빈국이 많은 탓에 물량은 많지만 휴대폰 수요는 ‘양극화’ 경향이 뚜렷하다. 이 지역에서 평균판매가격(ASP) 150달러 이상 고가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프리미엄 전략에 집중해 온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로선 고가폰 시장의 우위를 지켜가는 것과 더불어 중저가 시장에 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노키아의 아성을 돌파하라=언제나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30%대를 유지하고 있는 노키아. 중아 지역에서는 평균 점유율이 무려 60%에 이른다. 점유율 2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소니에릭슨, 그 뒤를 잇는 모토로라·LG전자 모두 갈 길이 먼 셈이다. UAE 지역 대형 유통업체인 ‘알 샤이 브러더스’사 압둘 자바 회장은 “노키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장을 독식해온 덕분에 소비자도 노키아 휴대폰에 가장 친숙함을 느낀다”면서 “그 빈자리를 후발 제조사가 파고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숙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 휴대폰 업체도 최근에는 서서히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아 지역 시장 점유율 17.6%로 노키아에 이어 확고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장 시장인 터키에서는 올해 점유율을 33%까지 끌어올렸고 남아공에서도 23.6%로 비약적으로 늘렸다.

 서치원 삼성전자 중아총괄 상무는 “아마 내년쯤이면 중아지역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국가가 나오지 않겠느냐”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5위권인 LG전자도 올해 파키스탄과 모로코에서 판매량 100만대를 처음 돌파했다. 그러나 아직은 국내 기업에 전초전에 불과하다. 그동안 한결같이 프리미엄 전략만 고집해온 국내 기업으로선 외형 확대가 절실한 상황. 이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는 내년에는 최초로 중아지역 전속모델 5∼6종을 출시, 고가 프리미엄 시장과 중저가 보급형 시장을 동시에 장악해 간다는 전략이다. 휴대폰 시장의 ‘신대륙’, 중아지역에서 국내 기업의 선전을 기대하는 배경이다.

 ◆삼성·LG 중아지역 총괄 인터뷰

◇삼성전자 중아총괄 서치원 상무

-보급형 전속모델 출시로 노키아 아성에 도전 

 “모든 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외형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입니다. 내년에는 중아 시장의 특성에 맞는 중저가 모델을 대거 출시해 노키아의 아성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서치원 삼성전자 중아총괄 상무는 이 지역 휴대폰 사업이 해외 시장 가운데 매년 최고의 성장률과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 정도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중아 지역 휴대폰 판매량은 790만대, 올해는 배 가까운 1450만대를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는 다시 배로 뛴 3000만대가 목표다. 본격적인 외형 확대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비결은 바로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프리미엄 휴대폰 ‘울트라’ 시리즈의 중저가형 전속 모델이 내년부터 줄줄이 출시된다는 점이다. 서 상무는 “지금까지는 저가형 모델이 워낙 적어 중아 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어려웠지만 내년 2분기부터는 40달러대 안팎의 이 지역 전속모델을 속속 선보일 것”이라며 “가장 수요가 많은 저가 시장에서도 프리미엄급으로 위상을 굳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60달러대 중저가 제품을 300만대가량 팔기는 했지만 이는 전체의 30%에 그치는 수준이다. 시장점유율 과반수를 넘기고 있는 노키아의 저가폰이 30달러대 초반까지 내려온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로서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터키·남아공 시장에서는 점유율 30% 안팎으로 노키아를 바짝 뒤쫓고 있다. 서 상무는 “특히 미개척지인 아프리카 시장에서 현지 밀착 영업을 강화하고, 중아 지역 전체로는 스포츠·브랜드 마케팅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해 갈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LG전자 중아지역사업본부장 김기완 부사장

-중저가 모델 및 프리미엄 전략폰 양공작전으로 빅3 도전

 “고객 인사이트 경영이 뿌리내리면서 중아 시장에서도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내년에는 이 지역 터줏대감인 노키아도 깜짝 놀랄 만한 제품으로 시장 변화를 주도할 것입니다.”

 김기완 LG전자 중아지역사업본부장(부사장)은 자신과 더불어 분명 ‘복안’이 있어 보였다. 사실 오래 전부터 중아 지역 가전시장에서 LG전자는 오랜 아성을 자랑해왔지만 휴대폰만큼은 예외였다. 글로벌 경쟁사보다 한참 뒤늦은 지난 2002년 휴대폰 사업을 처음 진출시킨뒤 지금까지는 LG전자를 그저 알리는 데 주력해 왔을 정도다.

 지난 2년여간 각고의 노력을 거듭한 끝에 올해는 시장 점유율 5% 정도로 5위권에는 진입했다. 올해 휴대폰 판매량은 550만대로 지난해 250만대보다 배이상 늘었고, 내년에는 100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김 부사장은 “그동안 본사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큼 큰 시장이 아니었던 탓에 글로벌 전략 모델도 적기에 출시하기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내년부터는 글로벌 동시 론칭 체제를 갖추는 동시에 중아 시장에 적합한 전속 모델도 5종이상 선보일 것”이라며 야심을 밝혔다.

 휴대폰에 관한 한 ‘후발’인 LG전자가 내년도 중아 시장에서 띄울 승부수는 중저가폰과 더불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전략폰으로 양공 작전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LG전자는 올해 중아 시장에서 가능성을 엿봤다. 파키스탄에서 110만대, 모로코에서 120만대를 각각 판매하면서 이 지역 처음으로 100만대 고지를 달성한 국가를 탄생시켰다. 내년에는 터키·남아공을 포함해 최소한 5개로 100만대 판매 국가를 늘려, 오는 2010년에는 2000만대 판매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중아지역 협력사, 국산 브랜드에 대한 쓴소리

 “제품 경쟁력이나 브랜드 선호도는 뛰어나지만 항상 뭔가(2%) 부족함을 느낀다. 비록 신흥시장이라로는 하나 중아 지역 소비자의 요구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 현지 고객의 생활습관이나 문화를 배려한다면 노키아를 제치고 최고 자리에 오르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두바이와 아부다비에 거점을 두고 있는 현지 전자 유통업체 ‘알 샤이 브러더스’그룹의 압둘 자바 회장은 한국 브랜드 제품에 애정어린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그가 주문하는 것은 한국 휴대폰 업계의 더욱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이다. 한 예로 중동 지역 소비자는 휴대폰의 필수 액세서리인 이어폰을 한쪽 귀에만 꽂을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지만 삼성전자·LG전자 휴대폰은 이런 요구를 다소 무시한다는 전언이다.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여타 지역에 비해 홀대했던 것도 현지 협력사에는 빼놓을 수 없는 어려움이다. LG전자의 휴대폰 파트너이자 시리아 지역 유통업체인 ‘그레이와티 그룹’의 이삼 그레이와티 사장은 “지난 몇 년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중아지역에서는 항상 두 달 정도 뒤늦게 신제품이 선보인다는 점”이라며 “신제품 출시 시기만 맞춰도 LG전자 휴대폰 사업은 지금보다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샤인·프라다 등 프리미엄 전략폰이 이어진다면 올해 100만대 판매를 돌파한 파키스탄의 성공사례가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 지역 통신사업자들의 날카로운 비판도 새겨들을 만하다. ‘튀니지아텔레콤’의 라미아 후라티 사장은 “튀니지·모로코 등 북아프리카는 유럽과 가깝기 때문에 전략 제품은 반드시 유럽과 동시에 선보여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신흥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 투자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아지역에서 아성을 굳히고 있는 노키아에 비해서는 아직 삼성전자·LG전자의 휴대폰 제품군도 취약하다며 중저가형에서 프리미엄급에 이르기까지 휴대폰 라인업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이 지역 국내 협력사들의 한결같은 확신이다. 압둘 자바 알 샤이 브러더스 회장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소니·JVC·샤프·도시바 등 일본 기업이 득세했지만 그들이 떠난 지금은 삼성전자·LG전자가 차지하고 있다”면서 “비록 한국 기업이 늦게 진입했어도 새로운 브랜드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점점 더 큰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찌감치 중아지역에 진출해 거의 독식하다시피 한 노키아라고는 하지만 그 선점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두바이=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