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영세성이다. 정부가 주창하는 SW강국 코리아의 전위가 되고 글로벌 SW업체와 맞서려면 어느 정도 덩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올해 국내 SW시장에 인수합병(M&A) 열풍이 예상된다고 하니 주목할 일이다. 최근 몇 년간 정부는 글로벌 SW기업을 탄생시키기 위해 애면글면해왔다. 하지만 국내 SW 산업의 현주소는 여전히 열악하다. 정통부 산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펴낸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백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 국내 SW기업당 평균 고용인력은 15명에 불과하다. 패키지 SW 회사 중 80% 이상이 연매출 50억도 안 된다. 수출액도 전체 SW생산액의 5∼6%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국내 SW기업의 비중을 보면 아직 우리 기업이 가야 할 길이 멀고도 험난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6000억 달러가 넘는 세계 SW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인 68억 달러 정도다. 이는 일본의 10분의 1 정도다. 그럼에도 SW기업 수는 일본과 비슷하다. 작은 시장에서 고만고만한 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것이다. 이러니 과당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는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SW기업이 드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005년 기준 패키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100위안에 드는 국내 SW기업은 하나도 없다. 그나마 IT서비스 분야에서 삼성SDS 등 3개 기업이 세계 100대 기업에 포함돼 있으나 이들 IT서비스기업이 그룹 물량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온전한 100대 기업이라 말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기술 면에서도 운용체계(OS)를 비롯해 데이터베이스(DB) 같은 시스템 소프트웨어나 SW개발툴, 컨설팅 방법론 같은 고부가 기술은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져 있다. 인수합병을 통한 국내 SW기업의 외형 확대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세계적 SW기업들은 몇 년 전부터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IBM·HP· 오라클 등은 몇 년 전부터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공급, 시장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전문기업 인수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기업들도 기존의 독자생존 대신 인수합병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사이버패스를 인수한 한글과컴퓨터가 세계 10대 보안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올해 1∼2개 기업을 더 인수할 계획이며 다른 SW업체들도 시너지 효과를 위해 인수합병에 긍정적 입장이라고 한다. 이제 SW 시장에서 인수합병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세제지원 등을 통해 SW시장의 인수합병이 보다 활발히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