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하얀 땅에서

 KT의 ‘지역 전문가 프로그램’은 어학 학습 위주로만 진행돼 실질적인 현지화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타 기업과 달리 현장 업무에 즉시 투입되는 실무 위주 학습으로 복귀 후 업무 추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나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년간 현지인과 함께 ‘검은 눈의 러시아인’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어학·네트워크 지식 및 KT의 해외사업 검토 등 나 자신의 ‘현지화’를 준비한 후 곧바로 현장업무에 투입됐다. 중계기 설치, 수리 체계 파악을 위해 작업복을 입고 추운 창고에서 현지 직원들과 눈바람 속에서 피우던 담배 연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물론 처음 만나보는 검은 눈의 동료와 함께하는 것이 그들도 나도 어색했지만 서로 마음을 열고 땀을 흘리며 일할 때 우리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교감할 수 있었다.

 또한 현지 직원들은 급여·복지 등 우리의 근무 여건이 그들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된 후(우리는 철저한 현지화를 위해 현지 직원과 같은 수준의 급여를 받았고 현지 직원들조차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서로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 현지 직원은 KT와 한국의 와이브로·3세대(G) 이동통신 등 통신 기술에 관심이 많았고 나 역시 그들에게 옳은 답을 주기 위해 스스로 공부했다.

 때로는 육체적으로 고생이 될 때도 있었지만 다양한 경험을 쌓아 해외에서 보는 KT의 기술 수준과 외부 시각으로 보는 우리 회사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또 기업의 해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현지 인적 네트워크 구축과 노웨어를 터득함으로써 차후 업무 추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역량과 지식 그리고 경험을 갖추는 시간이었다고 자부한다.

 여기 러시아에서 일을 마칠 때 우리의 귀국을 아쉬워하며 우리의 미래에 축복해주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남은 시간 동안 심장 박동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일하고 싶다.

 스파시바!(러시아어로 ‘감사합니다’)

◆KT 글로벌사업본부 신필규 대리 pilkue@k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