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통신 시장에 몰아칠 가장 커다란 파도는 사업자들 간의 합종연횡이다.
유/무선통합, 규제완화 등 시장 환경 변화에 맞물리면서 통신사업자들이 인수합병을 통한 세력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신시장에 합종연횡의 불씨를 던진 곳은 최근 하나로텔레콤의 인수절차를 밟고 있는 SK텔레콤이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이 그동안 꾸준히 부인해왔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공식화 한 것. 물론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는 아직 정부인가가 나지 않은 상태지만 거의 기정사실화됟 듯하다.
만약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가 성사된다면 국내에는 이동통신 1위와 초고속인터넷 2위 사업자가 뭉쳐진 새로운 매머드급 통신세력이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SK텔레콤은 기존 TPS(트리플플레이서비스 : 방송, 전화, 인터넷을 묶은 서비스)에 이동통신까지 포함한 QPS(쿼드러플플레이서비스)을 제공하며 결합상품 시장에서 매우 광범위하고 유동적인 운신의 폭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전까지는 결합상품 시장 우의사업자로 가장 많은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KT를 점쳤지만 이젠 이도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상황이 긴박하게 진행되자 경쟁사들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당장 SK텔레콤과 한판 대결을 펼칠 형국에 놓인 KT는 작년 12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장 환경에 따라 KTF의 합병 및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등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LG통신3사(데이콤, 파워콤, 텔레콤) 역시 올해 LG파워콤이 상장을 끝낸 이후 LG데이콤과의 합병이 예상되는 등 연합전선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KT와 SK텔레콤의 2강 체제는 확실하게 구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LG통신 계열이 합병 등을 통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통신3강 체제를 구축할 지에 대해서는 ‘글쎄’라는 반응이다. 통신연합세력 구축은 결합시장 대응에 그 목적이 있고, 결합시장의 경쟁력은 기존 서비스 시장 점유율에 크게 좌우되지만 LG통신3사중 시장 1위의 지위에 있는 사업자는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KT와 SK텔레콤 연합의 경우 유무선인프라 모두를 갖추고 있지만, LG통신계열의 경우 데이콤과 파워콤 간의 합병만이 논의되고 있을 뿐 이동통신 사업자인 LG텔레콤의 합류는 구체화되고 있지 않다. LG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 분위기를 볼 때 향후에는 LG통신3사가 힘을 합치는 것이 맞지만, 아직 현재 LG통신3사의 점유율을 감안할 때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시되는 결합상품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에 통신 2강체제가 굳혀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SK텔레콤과 KT가 인수와 합병을 통해 거대 통신사로 거듭난다 해도 지배구조를 정리하고 실제 결합상품을 출시하는데 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LG데이콤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TPS 사업부의 신설과 함께 LG파워콤, LG텔레콤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나간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2강 1중이냐? 3강이냐?’의 향후 통신시장 구도는 KT와 SK텔레콤이 준비과정을 거치는 동안 LG데이콤이 얼마나 적극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하느냐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 볼 때 국내 통신시장은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3파전 구도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위한 인수 합병 이슈는 현재 수면 위로 완전히 떠오른 상태다. 이제 통신사업자들은 저마다 세력 확장을 위해 연합을 모색하면서도 경쟁사의 연합세력 구성에는 견제의 날을 세우느라 바쁘다.
SK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의 인수가 행여나 KT그룹 합병의 명분을 제공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KT는 이미 유무선 통신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빌미로 KTF를 합병하려하는 것은 억지다”라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KT그룹은 향후 KT-KTF 합병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만큼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의 인수를 인정하면서도, 현재 SK텔레콤이 독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800MHz 주파수의 재분배와 같은 인가 조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LG통신3사는 시장 독점지위 강화에 따른 시장붕괴의 위험이 있다며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반대하는 건의문을 정통부에 제출했으며, KT와 KTF의 합병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내보이고 있다.
아직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관한 정부의 인가도 나지 않았고, 실제 사업자들의 인수 합병 이후 결합상품 출시도 시일이 걸리지만, 이미 통신시장의 ‘신삼국지’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통해 새로운 전선을 형성해 가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