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한국 경제의 선봉장 ‘반도체 산업’

ET단상

 언제부터인가 매년 새해가 되면 한 해를 지내며 가슴속에 새겨 둘 화두 하나씩을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무자년 새해를 시작하며 올해는 무엇이 우리 업계의 화두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문득 ‘주마가편’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해 더 잘 달릴 수 있도록 몰아친다는 말이다.

 지난 10여년간 한국경제의 버팀목이자 ‘IT강국 코리아’의 기술적 근간이 된 반도체 산업이 최근 선·후발국가의 집중적인 견제와 추격 때문에 샌드위치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간 어렵게 쌓아온 위상을 일시에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떨쳐버릴 수 있는 행동 전략이 바로 ‘주마가편’이 아닐까 한다.

 반도체는 그동안 한국경제의 중추산업이자 성장동력으로 자리 매김해 왔다.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단일품목으로 우리나라 수출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연평균 12.9%의 수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IT로 대변되는 첨단산업 강국 이미지를 세계에 널리 알린 대표적인 핵심산업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주변 생태계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시장 선도형 제품의 빠른 교체주기, 국적을 초월한 반도체 업체 간 인수합병 및 전략적 제휴의 가속화, 반도체 가격 경쟁력 심화 등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올해 반도체 업계는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와 함께 힘을 모아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전략을 마련해 적극 추진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있다.

 우선, 세계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IT를 바탕으로 첨단산업 간 융·복합 기술을 적극 활용,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 및 산업화를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해야 한다. 반도체 기술을 이용한 솔라셀 등 신재생에너지, 첨단 전자기기의 집합체인 미래형 자동차 개발 등은 새로운 기술 트렌드로 향후 발전 가능성과 시장성이 큰 대표적인 분야라 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부처 간 중복에 따른 낭비와 비효율을 제거하고 신성장동력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및 기술개발 자금에 대한 세액공제 등 민간의 R&D 및 설비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세계적 기업이 더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업이 전략 수행의 핵심주체가 돼야 하며 경쟁과 협력을 조화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서 전략적 제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자율’과 ‘창의’에서 나온다. 친시장·친기업적 정책을 대내외에 표방한 새 정부는 우선 국내 기업의 규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규제의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

 첨단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책도 시급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제조시설을 보유한 대기업 위주로 성장해왔고 경쟁력도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제조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첨단 중소기업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제품 개발 시 부족한 기술력을 해소할 수 있는 국제 공동연구, 해외 R&D센터 유치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 지원을 비롯, 수출·회계·법률·인재 관리·교육 훈련·R&D 인프라 시설 등 중소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산업별 특화 기구의 설치와 운영을 수반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21세기 세계 경제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해 지식기반 경제·디지털 경제 등으로 대변되는 세계 경제 흐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 흐름에서 앞서가느냐 아니면 도태되느냐는 지금 바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미래는 예측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되는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 반도체 산업이 지금의 성과나 위상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준비할 때 비로소 IT 분야 세계 최강국으로서 국민소득 3만달러, 더 나아가 4만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한국 경제의 선봉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덕영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dougjoo@ks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