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체의 해외 시장 진출 의지가 연초부터 드높다. 그룹차원에서 글로벌전략을 강조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이동전화를 넘어 포털 등 인터넷 사업에서도 글로벌 전략을 본격 가동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올 한 해 미국·중국·베트남 등 기존 지역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는 한편 신규사업을 가지고도 미국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글로벌 사업 책임과 권한 강화를 위해 이미 서진우 글로벌사업부문장을 글로벌CIC 사장으로 격상했으며 2년 전 최태원 회장의 특명을 받고 유망 사업 발굴 작업을 지휘해온 유현오 사장을 USA 법인장에 공식 임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개방을 하든 안 하든 통신시장은 이미 글로벌 싸움”이라며 “누군가 해외로 나가야 한다면 그 일을 SK텔레콤이 맡을 것”이라고 글로벌 사업을 향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바도 있다.
매출 정체로 고민하고 있는 KT 역시 예외가 아니다. 러시아·몽골·베트남에 진출해 지분 투자 같은 방법으로 이들 지역에 발 담고 있는 KT도 오래 전부터 글로벌 시장 개척에 애면글면해왔다. 지난해 7월 말 남중수 KT 사장은 신흥시장 진출을 놓고 “이머징마켓이 중심이지만 선진국이라고 배제하지 않겠다”며 “만만치 않지만 과감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KT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KTF 역시 NTT 도코모와 협력 3년차를 맞아 어느 때보다 해외 시장 진출에 사운을 걸고 있다. 특히 KTF는 지난해 말 NTT도코모와 공동으로 말레이시아 신규 3G WCDMA 사업자 ‘U모바일’에 2억달러를 투자, 지분 33%를 획득한 바 있어 이 사업 1년차인 올해가 글로벌 사업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통신업체가 이처럼 해외 시장의 문을 적극 두드리는 것은 국내 시장이 포화돼 있기 때문이다. KT만 하더라도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같은 주력 사업 매출이 내림세에 있다. 반면에 IPTV·와이브로 같은 새로운 성장 사업은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탄력받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도 매출 정체에서 벗어나려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10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이 회사가 연 10% 성장하려면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추가로 올려야 하는데 휴대폰 보급이 포화인 국내에서는 이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신업체의 해외 진출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영국 보다폰은 해외에서 올리는 매출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남미 최대 통신사업자 텔레포니카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의 싱텔도 해외 가입자가 국내 가입자보다 열 배 정도 많다. 중국 차이나모바일도 파키스탄 이동통신사를 인수하는 등 해외로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 통신사업은 이제 더 이상 내수산업이 아닌 것이다. 우리 통신업체도 국내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제2의 KT와 SK텔레콤을 잇따라 만들어내는 수출 역군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