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가 되면 새삼 고마운 분도 많고 찾아 뵈어야 할 분들도 많이 생각난다. 그러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우리의 살아가는 정이고 인심일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작년 마지막 날에는 하루 동안 단문메시지(SMS)가 무려 9억건에 이를 정도로 많은 새해 인사가 전해졌다. 우리나라 인구 한 명당 약 20건에 가까운 많은 양이라고 한다.
단문메시지나 멀티미디어메시지(MMS)를 통한 새해 인사가 낯설지 않은 것처럼 우리 IT는 단기간에 눈부신 발전을 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망은 물론이고 세계 전자정부 순위 및 디지털 기회 지수에서도 몇 년째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IT산업의 성장세가 차츰 둔화하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작년 한 해 반도체 시장경기 악화는 물론이고 국내 이동통신 시장 역시 보급률이 90%에 이르러 더 이상의 고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또 BRICs를 위시한 베트남·터키 등 차세대 개발도상국의 맹렬한 추격은 우리의 IT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지 않고는 그들과 차별화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IT산업의 성장 정체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해 통신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활동이 필요하다. 우선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업종을 뛰어넘는 개방적 제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이러한 제휴를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육성이 필요하다.
작년 마카오에서 열린 GSM 아시아 월드 콩그레스에서 우리가 제안한 모바일 결제 프로젝트가 서비스 시연에 성공했다. 이는 제조사·카드·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플레이어와 제휴해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해 낸 전형적 사례다. 앞으로 업종 간 주도권 경쟁보다 파이를 키우고 고객의 편의를 증대하는 전향적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통신서비스의 글로벌화가 더욱 촉진돼야 한다. 지난해 국내 IT 수출은 1251억달러에 6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국내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수출의 대부분이 반도체·단말기 등 하드웨어에 국한돼 있다. 통신서비스나 플랫폼 등 소프트웨어 영역은 ‘브로드밴드 & 모바일 원더랜드’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아직 글로벌 사업매출이 전체 매출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통신서비스 분야는 콘텐츠·솔루션·장비업체의 동반 진출이 가능해 글로벌라이제이션을 통한 국민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가 무엇보다 큰 분야다. KT의 우즈베키스탄 진출과 KTF, SK텔레콤의 적극적 해외진출을 발판으로 해외 지분투자와 통신망 구축은 물론이고 한류 콘텐츠·솔루션 등 연관산업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기업이나 산업계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정부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작년 말 IPTV 법안이 통과돼 통신과 방송 융합이 본격화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앞으로도 산업 간 플레이어들의 개방적 제휴를 지원하기 위한 법, 제도적 장치 마련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DMB·와이브로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 기술의 세계 표준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에도 산·관·학·연을 아우르는 공동의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올해의 사자성어가 광풍제월(光風霽月)이라 하니 IT 업계에도 맑은 날 바람처럼, 비 갠 뒤 달처럼 새로운 희망과 도약을 실현하는 2008년이 되길 소망해본다.
조영주/KTF 사장 cso@kt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