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강국 코리아’의 자존심이 잇따라 상처를 입고 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인터넷 인프라가 일본에 뒤처진 데 이어 불과 수년 전 사이버 세상을 휘어잡았던 국내 인터넷 사이트가 전 세계 상위권 순위에서 크게 밀리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급기야 1월 현재 ‘세계 500대 사이트’ 가운데 국내는 단 ‘한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가 올 1월 기준으로 알렉사닷컴통계를 조사한 결과 세계 500대 사이트 중 ‘네이버’가 345위로 유일하게 500대 사이트에 이름을 올렸다. 알렉사는 인터넷 트래픽·페이지 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기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세계적인 인터넷 순위 사이트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12월 알렉사가 처음으로 조사를 시작할 당시 500대 사이트에 포함된 곳이 133개로 단연 수위를 달렸다. 이어 2003년 4월 조사 때는 134개로 인터넷 강국의 위상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 시기를 기점으로 점차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같은 해 9월 108개, 2004년 1월에는 67개, 7월에는 27개로 추락했다. 이어 2005년 1월 조사에서는 16개, 2006년 12월에는 5개로 감소한 데 이어 1년이 지난 올해 1월에 달랑 1개 사이트를 올리는 데 그쳤다.
김영문 계명대 교수(경영정보학과)는 “일부에서는 알렉사 조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모든 나라가 조건은 똑같다”며 “이 지표만으로 전체 인터넷 경쟁력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세계 시장에서 국내 서비스 경쟁력이 점차 힘을 잃어 가고 있는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을 제외한 미국·일본 심지어 중국 사이트 순위는 크게 올라갔다. 먼저 미국은 1월 현재 1위 야후, 2위 구글 등 ‘톱10’ 모두 ‘메이드 인 USA’로 도배해 진정한 인터넷 강국임을 입증했다. 중국도 2006년 12월 조사 때 118개로 미국에 이어 500위 내 사이트 수 2위를 기록한 것에 비해 감소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도 28개 사이트가 50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도 2006년 12월 조사 때 27개 사이트가 500위 권에, 이번 조사에는 21개 사이트가 순위권에 진입했다. 국내는 500대 순위에 유일하게 네이버가 올랐고 1000대 사이트에는 다음(548위), 파란(678위), 클럽박스(791위), 싸이월드(929위) 순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 전송 속도 면에서도 일본에 크게 뒤처져 충격을 주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보 기술 인프라에서 세계 최강이라고 자부했다. OECD 분석에 따르면 초고속 인터넷 품질이라고 할 수 있는 전송 속도에서 일본이 초당 93메가비트(Mbps)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우리는 일본의 절반도 안 되는 44Mbps에 머물렀다. 우리나라는 초고속망 사업과 관련해 99년 1.5∼2Mbps급 디지털 가입자망(ADSL)을 보급하기 시작해 2000년대 초반 전 세계 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일 정도로 위상을 높였다.
이정민 인터넷콘텐츠협회장은 “국내는 인터넷 붐 이후 정착 단계로 진입해 전체적인 트래픽은 많이 떨어지는 추세”라며 “트래픽 대부분이 네이버로 편중돼 네이버 외에 다른 사이트는 힘을 못 쓰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국의 인터넷 사용자와 초고속망 현황을 볼 때 500위 내에 최소한 20개 정도는 있어야 한다”며 “실질적인 글로벌 인터넷 경쟁력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어>알렉사닷컴 (www.alexa.com)이란
세계적으로 유명한 순위 집계 사이트. 일각에서는 순위를 집계하는 프로그램인 알렉사닷컴 툴바를 스파이웨어로 인식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의 인터넷 관련 업체가 이를 근거로 사이트 가치를 매길 정도로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정진욱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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