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온라인콘텐츠 상점 아이튠스에서 최신 영화를 빌려본다.
비즈니스위크 등 유력매체들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맥월드2008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사장이 아이튠스를 통한 영화 대여 서비스를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세기 폭스와는 이미 계약을 맺었고 워너브라더스, 파라마운트, MGM 등 나머지 주요 스튜디오와의 계약도 마무리단계에 왔다는 내용이다.
애플과 영화사 모두 극도로 몸을 사리면서 가격체계나 대여기간은 고사하고 계약 여부조차 확인해주지 않고 있지만 출시 자체는 기정사실인 분위기다. 3.99달러에 24시간동안 빌려보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예측도 나왔다.
첫 번째 타이틀은 20세기 폭스의 인기 애니메이션 ‘패밀리가이’가 유력하다. 공교롭게 패밀리가이 DVD의 출시일은 스티브 잡스가 맥월드 기조연설을 하는 15일이다. 20세기 폭스는 DVD 타이틀에도 애플의 DRM인 페어플레이를 적용한 디지털콘텐츠를 함께 담아 판매할 예정으로 알려지는 등 가장 적극적이다.
애플의 영화 대여 서비스 출시 소식은 전통적 DVD 대여 시장을 뒤흔들 만한 파괴력을 지녔다. 넷플릭스와 블록버스터 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화 온라인 대여 서비스를 일부 시작했지만 아이튠스와 아이팟을 앞세워 음악 유통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애플의 진출은 무게감에서 차이가 난다. 온라인 배급에 경기를 일으키던 할리우드를 설득해낸 것도 애플이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영화 대여 서비스는 애플에게도 새로운 기회다. 2006년 9월 야심차게 시작한 아이튠스 영화 ‘판매’가 200만 누적 다운로드에 그치며 사실상 실패한 상황에서 영화 대여 서비스가 돌파구로 떠올랐다. DVD와 달리 소집욕구를 충족시키지 못 하는 디지털영상 콘텐츠는 ‘판매’보다는 ‘대여’가 적절하다. 컴퓨터에 저장된 콘텐츠를 TV에서 보여주는 셋톱박스 ‘애플TV’의 판매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출시한 ‘애플TV’는 100만대도 안 팔렸다.
음악에서 거둔 만큼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극도로 침체된 음악 시장에서 애플을 구세주로까지 느꼈던 음반사와 달리 영화사들이 급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측간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저작권료 부분에서 애플은 월마트와 같은 일반 매장에 판매하는 DVD 수준에 근접하는 보상을 해줄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아이팟비디오와 애플TV 같은 자사 디지털기기 판매를 신장시키기 위해 콘텐츠 판매수익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양보한 셈이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