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간에서 신분을 속였다는 이유가 사기죄에 해당할까?
미국에서 진행중인 한 재판이 ‘온라인 익명성의 폐해 방지’와 ‘표현의 자유 보장’ 사이에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LA타임스는 LA연방 대배심이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마이스페이스에서 16세 소년으로 활동해온 여성 로리 드류에 대한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보도했다.
드류는 2006년 미주리주의 작은 마을에서 발생한 소녀의 자살 사건에 연루돼 있다. 13세 메간 메이어양은 마이스페이스에서 만난 소년이 자신의 친구 엄마인 드류인줄 모르고 데이트를 신청했다 거절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역 사회가 충격에 휩싸이자 미주리주 검찰이 조사에 착수했지만 자살과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지 못 해 수사를 종료했는데, LA 검찰이 ‘허위 계정을 만들어 마이스페이스를 속였다’는 사기죄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법 전문가들은 드류를 처벌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단순히 웹사이트에 허위 가입했다고 오프라인에서 통용되는 사기죄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드류는 미주리주에서 받은 경찰 조사에서 “단순히 자신의 딸이 친구들 사이에서 평판이 어떤지 알고 싶었다”며 “가짜 프로필은 마이스페이스의 임시직 직원이 도와줘 만들었다”고 응답한 바 있다. 혐의를 씌우기엔 뭔가 부족하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에는 인터넷의 자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렉트로닉 프론티어 법무법인의 커트 옵살 변호사는 “기업이나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데에는 익명성이 필수”라며 “이번 재판이 자칫 익명성에 기댄 온라인 발언을 범죄화하는 선례를 만든다면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LA 로욜라 법대의 로리 레빈슨 교수는 “사기죄를 적용하려는 것은 신선하고 재미있는 접근법”이라며 “하지만 재판이 ‘드류가 소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와 같이 사람들이 모두 바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