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부통령을 지내고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후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앨 고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을 본 적이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아 없어지는 빙하, 이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 생태계의 파괴,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 삶의 터전을 향한 심각한 위협 등의 내용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 ‘불편한 진실’에서 보이듯 지구온난화의 문제는 무분별한 온실가스 배출 등을 자행한 인간에게 있으며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할 만큼 심각한 현재진행형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속담을 상기시키듯 시종일관 뜨뜻미지근하기만 하던 ‘지구온난화, 오존층 파괴’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해결 노력이 전 세계 차원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에 폐막된 세계기후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190여 참가국이 논란을 거듭한 끝에 ‘발리 어젠다’를 채택했다. 선진국은 ‘교토의정서’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고 개도국은 ‘측정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방법의 자발적 감축’을 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협상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은 이미 지구 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이를 기회로 만들려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요한 원인인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으로 지목되고 있는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자동차 및 하이브리드카의 개발 및 실용화에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지난 1988년부터 세계 최초로 ‘프리우스’라는 하이브리드카를 양산, 판매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법’의 제정을 통해 풍력 등 대체에너지 생산을 지원하고 있는 중이다. 또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원에 대한 세율인상과 에너지 효율적 기업에 세율인하 혜택을 제공하는 환경친화적 조세개혁을 통해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시바도 예외는 아니어서 기업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도시바는 지난 10월 적극적인 의지로 더욱 나은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실천의지가 담긴 ‘환경 비전 2050’을 발표했다. ‘환경 비전’에서 도시바는 2025년 5760만톤 상당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도쿄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6000만∼7000만톤)과 비슷하고, 영국 런던(5000만톤)을 능가하는 막대한 양이다.
도시바코리아도 국내 사회공헌활동에서 환경 관련 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용산 시민공원 환경미화 행사 및 양재 시민의 숲 보호 활동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지역 복구에 힘을 보태고자 전 직원이 힘을 모아 성금을 보낸 바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발리 의정서’에 의하면 우리도 2013년부터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국가 전체와 기업들에 막대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위기는 곧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친환경 사업 등을 통한 새로운 시장의 선점,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 산업구조로의 재편 기회가 생겨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미 국내 선두 기업들은 제품기획 단계부터 전력 소비량 감소, 일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는 등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고 탄소배출권 사업에 벌써 뛰어든 기업도 있다.
온실가스 감축 등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이제 기업이나 개인에게 선택이 아닌 책임의 문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불편한 진실’을 만든 것도 인간이듯이, 인류와 후손들의 미래를 위한 ‘편안한 진실’을 그려가는 것도 인간의 몫이다. ‘편안한 진실’을 만들기 위한 노정에 기회 역시 동반함은 물론이다.
차인덕 도시바코리아 사장
idcha@toshib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