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0일 주택경기 침체 및 신용경색 등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 다시 한번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워싱턴의 주택.금융.재정 여성인클럽에서의 연설을 통해 "우리는 성장을 지지하고, 경기하강의 리스크에 대처하는 적절한 담보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실질적인 추가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경제 성장 위험 전망에 대한 변화를 감안할 때 보다 낮은 금리가 요구될 수 있다면서 미국 경제의 하향 리스크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FRB가 오는 29∼3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0.5% 포인트 내린 3.75%로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FRB는 지난해 9월부터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1%포인트 인하해 현재 4.25%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이션 우려는 올해 실물 경제활동의 기본 전망이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성장의 하향 위험도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고유가와 주가 및 주택가격 하락을 포함한 많은 요소들이 올해 소비지출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FRB가 12월까지만 해도 경제성장의 하향 위험에 대해 분명히 언급하지 않은 채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 것과 비교해 볼때 이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경기 전망에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FRB도 심각히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작년 11월 기존주택 잠정판매지수가 예상보다 크게 떨어지고 작년 12월 실업률도 2년래 최고치인 5%를 기록해 고용시장까지 악화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9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미 경제가 침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미국 중앙은행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연방기금 금리를 오는 3.4분기까지 2.5%로 대폭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버냉키 의장은 실업률이 높아진 12월 보고서에 대해 "실망스러운 것"이었다면서도 하나의 보고서로 너무 많은 것을 해석하는 것은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현재 진행중인 모기지 시장의 문제를 감안할 때 주택 수요는 더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주택시장 전망이 여전히 비관적임을 내비쳤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경기침체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FRB는 현재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성장 둔화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버냉키 의장은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새로 도입한 경매 방식의 유동성 공급이 유용한 수단으로 영구화될 수 있다고 말해 경매를 통한 유동성 공급을 지속할 뜻임을 시사했다.
FRB는 지난달 2차례의 경매방식을 통해 400억 달러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고 이달에도 이를 통해 600억 달러를 공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