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경제를 풍요롭게 해주던 산업단지가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기 시작했다. 1960년대 초반 산업시설이나 자본이 황무지와 같던 그 시절, 울산과 구로공단을 시작으로 처음 싹을 틔운 산업단지는 70년대 들어 구미·창원·여수 등 중화학단지로 대변되는 이른바 요소투입형 성장정책의 물적 토대였다. 그 짧은 기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압축 성장을 가능케 했던 산업단지가 2000년대 들어 새로운 탈바꿈을 시작하면서 한국경제의 희망으로 부활하고 있다.
대표적 선두주자가 바로 옛 구로공단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단이자, 한때는 총 수출의 10%를 넘어 ‘한강의 기적’의 선봉에 섰던 구로공단은 90년대 들어 산업구조 변화에 제때 적응하지 못하면서 급속히 쇠락했다. 그 구로공단이 이제는 믿기 힘들 정도로 급변했다. 천지개벽 그대로다. 2000년 12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명칭을 바꾸고 구조고도화 계획을 추진한 지 불과 7년 만에 712개사였던 입주 기업체가 7300개사로 늘었고, 3만3000명이던 고용 규모는 9만7000명을 넘어섰다. 테헤란밸리를 제치고 국내 최대 첨단 디지털밸리로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수적 증가보다 더욱 반가운 일은 질적인 변화다. 입주업체 거의 대부분은 중소 벤처기업이지만 R&D 중심의 IT·SW 등 지식 기반 첨단업종이 80%에 이른다. 이들 기업은 규모는 작지만 고급 기술인력을 활용하며 대기업 못지않은 처우를 자랑한다.
맏형 격인 구로공단의 성공 모델을 본받아 주요 산업단지도 새롭게 탈바꿈을 서두르고 있다. 바로 산업단지 중심의 클러스터라는 발상의 전환을 일궈낸 것이다. 단순한 ‘공업단지’의 틀을 벗어나 산·학·연·관의 네트워킹을 중심으로 R&D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기술혁신과 지식창출을 극대화해 모든 경영활동에서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내는 ‘산업클러스터’라는 새로운 도약 해법을 찾아낸 것이다.
2005년부터 창원 등 전국 7개 산업단지에서 시작한 산업클러스터는 불과 3년 만에 ‘하면 된다’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선진 각국의 유명 클러스터와는 다른 독창적인 운용 시스템으로 산학연 공동협의체인 ‘미니클러스터’를 구축하면서 기업수요 및 현장 중심의 활발한 네트워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36개인 미니클러스터는 1800여 참여기업을 중심으로 1700여명의 전문가 그룹(풀)이 기업 지원자로 참여해 지난 3년 동안 3200여건의 기업애로 과제를 해결, 새로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한국형 산업단지는 전 세계 신흥 경제성장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 옌지시가 지난해 3개월간 공무원 세 명을 한국산업단지공단에 파견, 노하우를 배워간 것을 비롯해 중국의 10개 지역 인민정부와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태국과는 지난 2003년부터 꾸준히 교류를 갖고 있으며, 베트남·필리핀· 등 13개국 23개 기관과 MOU를 교환하고 협력 요청을 받고 있다.
동남아 신흥 경제성장국에 이어 지난해부터는 중앙아시아 자원부국의 협력 요청이 많아졌다. 카자흐스탄은 산단공과 MOU를 교환하고 산업단지청 운영을 서두르고 있으며, 우즈베키스탄도 지난해 대외경제부 장관이 직접 방한해 협조관계를 요청한 바 있다.
여기에 한국형 산업단지 모델의 해외진출을 돕는 낭보도 이어지고 있다. 산단공 산업클러스터 추진시스템이 최근 국제인증원으로부터 ISO9001(국제품질경영시스템) 인증에 이어 미니클러스터 운영모델이 비즈니스모델 특허를 획득했다. 한국형 산업클러스터 시스템의 독창적인 노하우를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산업단지 강국, 대한민국’의 산업클러스터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실현하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이제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세계적인 클러스터의 탄생도 요원한 꿈이 아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추구하는 미래형 신산업단지를 위해 산·학·연·관이 합심해 노력할 때가 됐다. 새해 한국경제의 새 시대를 앞당기도록 한국형 산업클러스터 육성에 머리를 맞대고 발전방안을 마련할 때다.
◆김칠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cdkim@e-clus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