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DVD 포맷 전쟁에서 블루레이에 대응해 잘 버텨오던 HD DVD 진영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해외 유력매체들은 블루레이와 HD DVD 포맷을 동시에 지원해 오던 워너브러더스가 블루레이만을 지원하겠다고 전격 선언함에 따라 파라마운트와 NBC유니버설 등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의 HD DVD 도미노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고 13일 일제히 보도했다. 콘텐츠 쏠림 현상은 곧 플랫폼 전쟁의 종식을 의미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파라마운트의 HD DVD 계약서에서 ‘워너가 HD DVD를 포기하고 블루레이만을 지원할 경우 파라마운트도 HD DVD 지원 정책을 철회할 수 있다’는 조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파라마운트는 아직 공식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워너의 이탈로 궁지에 몰린 HD DVD 진영을 떠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안팎의 관측이다.
또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인 NBC유니버설 역시 이달 중 HD DVD 진영과의 기존 공급 계약이 종료되는 대로 블루레이 진영과 새로운 계약을 준비할 것이라는 소문에 휩싸여 있다. 준메이저 스튜디오인 뉴라인시네마와 HBO는 이미 회사의 공식 라인을 통해 향후 출시 타이틀에서 블루레이만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블루레이의 높은 로열티 때문에 HD DVD에 집중해온 성인비디오 업계도 전략을 수정했다. 플레이스테이션3 이용자들이 보다 많은 블루레이 포맷의 성인용 타이틀을 원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디지털플레이그라운드와 같은 성인비디오 업체들은 신규 타이틀을 블루레이 포맷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과거 VHS와 베타맥스간 싸움에서 성인영화 제작자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새삼 주목된다.
DVD 판매점 동향도 심상치 않다. 버라이어티는 미국 최대 비디오 판매 및 대여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가 이미 블루레이 타이틀만 취급하기로 결정했으며, 여타 상점들도 ‘죽어가는’ HD DVD 타이틀에 좋은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HD DVD의 강력한 지원자 마이크로소프트(MS)도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고객이 원하면 블루레이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MS는 현재 게임콘솔 X박스360의 부가장비로 HD DVD 플레이어를 채택하고 있다.
한편, 블루레이 진영은 지난주 워너의 가세로 디즈니, 20세기폭스, 소니픽쳐스 등 기존 영화사를 포함해 이미 할리우드 영화 콘텐츠의 70%를 확보했다. 기존 계약기간 때문에 한동안은 HD DVD용 타이틀도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블루레이로의 쏠림 현상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