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야구단 창단 전면 백지화 공식화

  KT(대표 남중수)가 11일 이사회를 개최, 야구단 창단 백지화를 공식화했다<본지 1월 11일자 5면>. SK텔레콤과 KT의 ‘장외 경기’는 상상으로 그치고 말았다.

불과 보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벌어진 ‘헤프닝’일 수 있지만, KT 야구단 창단 번복을 두고 ‘국민 기업 자부심 포기’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쉽게 말해 ‘한 입으로 두말한 것’에 따른’ KT에 대한 비난과 책임론인 셈이다.

KT가 공식 밝힌 창단 백지화 근거는 ‘성장정체 극복을 위해 경영역량을 집중해야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속내는 더 복잡하다. 더군다나 KT가 SK텔레콤은 물론 자회사인 KTF의 스포츠 마케팅 효과를 얼마나 부러워했는 지를 고려하면 이번 판단은 오히려 쉽지 않은 결정임을 알 수 있다.

KT의 현대구단 인수 조건이 비단 60억원만이 아니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KBO는 이 약속부터 어겼다. 그리고 기존 구단에 대한 설득과 이해도 구하지 않은 채 언론 플레이부터 했다.

KT 고위 관계자는 “인수도 하기 전 협상 내용이 뒤바뀌어 나오는데 실제 인수 후 창단한 다음에 벌어질 일을 상상해보니 아니다 싶었다”고 밝혔다.

기존 구단 인수와 새로운 구단 창단 등에 우여곡절이 있음을 각오는 했지만, 시작부터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득 보다 실’이 더 클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창단 근거로 제시한 △새로운 가치와 감동 제공이나 △민영 3기 역동적 기업문화 조성의 효과 역시 잘 될 때 일인데, 이를 위해 잃어야할 것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다.

스포츠 활성화만을 바라보는 진영에선 KT의 이런 판단에 대해 ‘소심함’이나 ‘무책임함’으로 비판할 수 있지만, 산업이나 기업 입장에서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들이다.

더군다나 현재 KT가 처한 기업환경은 너무나 복잡하고, 올해 사업 환경은 더더욱 예측 불허다. 풀려야할 정책은 엉뚱한 정통부 해체론에 부딪쳐 당분간 좌초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KT가 올해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IPTV만 해도 지금 상태로는 연내 시행령 제정이 어려워 물 건너 갈 공산도 크다.

KT의 사업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규제 정도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상치 않은 스포츠 사업에서 힘을 소진할 여력이 없다’는 KT는 가장 냉정한 판단을 한 셈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