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네틱(MS) 카드를 IC카드로 전환하려는 정부 정책이 단말기 보급 부진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금감원은 지난 2003년 ‘전자금융 및 IT 부문 안정성 확보 대책’을 세우면서 IC카드를 점차 늘려 올해 말까지 100%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라 IC카드 보급률이 점차 높아져 지난해 9월 말 현재 70%의 신용카드가 IC 기능을 갖게 됐으며 올해 말까지 애초 목표한 100%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하지만 IC카드를 인식할 수 있는 전용단말기는 크게 부족해 이의 보급률은 10%도 채 안 돼 논란을 빚고 있다. 보안이 우수한 IC카드는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담을 수 있고 저장된 정보를 쉽게 열람·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반면에 마그네틱 카드는 자성을 가진 뒷면의 띠에 자료를 저장하기 때문에 수록 가능 정보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카드 안에 PIN(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이라는 개인정보가 담겨 있어 복제와 인출이 쉬운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도 마그네틱 카드를 IC카드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카드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의 계획은 시의 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당국의 계획은 새로운 시장에 따른 파생효과가 예상돼 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업 추진 6년째를 맞은 지금 단말기 업체들의 현실은 너무 초라하다. 정부의 IC카드 도입 정책에 맞춰 단말기 공급 계획을 세웠던 수많은 업체가 보급 지지부진에 따라 이미 부도가 난 상태다. 시범사업에 1500대의 단말기를 공급한 한 업체는 시장이 없어 나머지는 전량 폐기처분했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국제인증까지 받은 또 다른 업체는 국내에서는 수익성이 없어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이 같은 사단이 발생한 이유는 당국이 정책을 안일하게 세웠기 때문이다. IC카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당연히 단말기 등 관련 인프라 보급도 함께 생각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툴(카드)과 함께 장비(단말기)도 함께 보급해야 하는데 카드공급에만 신경쓴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보안과 정보처리량이 우수한 IC카드로 전량 교체하려던 당국의 애초 의도는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시장을 모르고 세운 섣부른 정책이 산업계에 어떤 피해를 가져다 주는지 보여주는 사례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재 이 사태를 해결할 묘안은 없어 보인다. IC카드 전용 단말기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현재의 IC카드에서 MS 인식 기능을 제외해야 하는데 소비자 불편을 우려한 당국에서 그럴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IC카드 전용 단말기와 기존 MS인식 단말기 가격 차이가 몇만원 차이로 좁혀져 당국 지원 여부에 따라 IC카드 단말기 보급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빨리 당국은 이 사태를 해결할 방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