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지표가 점점 악화하면서 금융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에 대해 이달 말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앞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씨티그룹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대규모 손실로 신용등급 하향조치를 당했고 또 소비자판매 부진과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 등 향후 경제전망도 점점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씨티그룹의 경우 15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작년 4.4분기에 100억달러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신용평가업체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로부터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 당했다. S&P는 또 씨티그룹의 신용등급에 대해 추가적인 하향조정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앞서 씨티그룹은 지난해 4분기에 모기지 부실과 관련해 181억달러의 자산을 상각해 196년 회사 역사상 최대규모인 98억3천만달러(주당 1.99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의 경제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미국이 경제침체에 직면해 있거나 벌써 침체국면에 벌써 들어섰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데이비드 위스 S&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머니.닷컴에서 "기본적으로 우리는 침체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며 "경제가 벼랑에서 되돌아설 수도 있지만 나는 이를 믿지 않는다"고 경제상황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월스트리트 등 금융시장에서는 오는 29일과 30일 열리는 FOMC에서 연방기금금리를 4.25%에서 0.50% 포인트 인하해 3.75%까지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장관계자들은 0.50%포인트 금리인하 조치로는 경기불안을 진정시키고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기에는 충분치 못하다며 중앙은행이 특단의 조치에 해당하는 0.7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주문하고 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증권회사인 CMC의 통화정책 전문가인 아시라프 라이디는 "중앙은행은 주식시장과 투자자들의 심리를 고려하고 있다"며 "어두운 경기전망 지표들이 0.50%포인트 인하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지만 상황이 너무 나쁘기 때문에 0.50%포인트 인하로는 실망만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디는 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오는 17일 의회 청문회에서 경기전망을 밝힌 직후 이달 말 FOMC 정례회의 이전에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냉키 의장도 직접적으로는 경제침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008년 경제전망이 나빠지고 있고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며 경제가 침체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도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직전인 2001년 1월 FOMC 정례회의가 열리기 전에 긴급 회의를 열어 금리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대폭적인 금리인하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그린스펀 전 의장의 당시 금리인하가 현재 일어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원인이 됐다며 현재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을 되찾고 있기 때문에 추가 금리인하는 인플레이션의 불씨만 키울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신중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전체 도매물가 상승률이 6.3%로 26년이래 최대를 기록한데다 미국의 달러화 약세와 더불어 유가와 금 그리고 다른 상품 가격들의 가격상승 압력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캘버트 펀드의 수석전략가인 스티브 반 오더는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금리를 더욱 더 큰 폭으로 내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그들이 한번에 금리를 3.50% 수준으로까지 내리기를 원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