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회가 정부 조직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규제완화와 정부조직의 슬림화라는 명분하에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 등 5개 부처를 해체하고 이들 부처의 핵심 기능을 지식경제부·인재과학부·문화부 등에 흡수 통합키로 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정부 각 부처 조직의 광역화가 실현돼 정책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원스톱 행정 서비스의 구현에 한걸음 다가서게 된 것은 다행스럽다. 수요자 중심의 조직 개편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년간 과학기술입국과 IT강국의 건설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던 과기부와 정통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정 산업 분야나 연구개발(R&D) 분야를 놓고 관련 부처 간에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는 등 일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과기부와 정통부가 우리나라의 R&D 능력 확충과 IT산업 발전에 끼친 영향력이나 족적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과기부와 정통부의 폐지 방침을 놓고 관련 단체나 기관들이 일제히 반대의견을 분출했던 것은 단순히 기득권을 지키자는 차원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동안 과기부와 정통부가 견지해왔던 선진적인 과학행정시스템과 IT산업 육성 정책이 훼손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하에서도 선진적인 과학행정시스템과 IT산업 육성 의지는 결코 훼손돼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글로벌 경쟁시대에 맞는 신성장동력의 창출이 가능하다.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등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 창출은 과학 및 IT산업 중시 정책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동안 R&D 및 IT산업 정책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과기부와 정통부가 폐지되기는 하지만 선진 과학행정의 구현과 IT산업에 대한 정부의 육성 의지가 폐기돼선 안 된다. 무엇보다도 정부 부처의 광역화가 과학과 IT산업에 대한 관심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효율적인 행정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새로 업무를 이관받는 정부 부처들은 다른 사업 분야나 정책적인 사안에 선진 과학행정시스템과 IT산업 육성 정책이 매몰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어렵게 쌓아온 선진 과학강국 및 IT강국의 이미지가 한순간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과기부와 정통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국가과학정책과 IT정책 가운데는 정권에 상관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 많다. 권력이동과정에서 누수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새심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논의가 이뤄져온 방송통신위원회의 출범도 빨리 마무리해 통신방송 융합서비스의 개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인터넷·디지털 콘텐츠 육성정책이 정통부에서 다른 부처로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인수위가 당초 의도했던 조직의 광역화를 통한 원스톱 서비스의 구현이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술의 융합화 추세에 맞게 합리적인 업무 조정 및 조직개편 세부화 작업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