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간 한국 인터넷 발전에서 트렌드와 기술 환경의 최전선에서 세계적 능력을 펼쳐온 웹에이전시의 역할과 공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노력과 공헌에 비해 그 존재감과 인지도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매년 진화하는 인터넷 트렌드를 예측하고 그 실현을 위해 도전하고 실험해야 하는 긴박감 속에서 고객 요구를 온몸으로 관철시켜 온 웹에이전시의 치열함 뒤에는 인력난과 낮은 수익구조,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과 출혈경쟁 등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생존의 당위성에 쫓기는 현실의 절박함으로 인해 스스로를 돌볼 여력이 없는 많은 에이전시는 비즈니스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재투자는 꿈도 못 꾸는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초기 웹에이전시의 역할과 시장은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고객의 모든 것을 대행해야 하는 구축 중심 모델에서 탄생했다. 그래서 초기 에이전시는 수백명에 이르는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를 내부에 두는 거대한 조직을 형성해야 했고 이는 정교한 역할 분담과 효율화를 꾀하는 관리 통제로써 가능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지고 구축의 시대가 저무는 현시점에서는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 한국 웹에이전시 시장도 그간 구축 중심의 통합주의·만능주의·효율화 등의 매너리즘을 벗어 던지고 시장의 변화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추동하기 위한 혁신을 꾀해야 할 ‘시즌 2’를 맞은 것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기본적인 토대가 마련되고 전문화와 질적인 혁신이 수반되는 당연한 진화 현상이다.
특히 규모로 물리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온 초기 에이전시모델은 쇠퇴하고 서비스 혁신 관점에서 전문성을 갖춘 전략가와 스페셜리스트로 구성된 새로운 에이전시가 급변하는 환경에 발빠르게 자리 매김함으로써 웹2.0 시대의 새로운 계보를 형성할 것이다. 실제로 이는 KB카드 웹사이트 리뉴얼이나 GSe스토어 사례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그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다.
또 건축과 같이 설계와 시공·감리 등의 분업화 현상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미시적·구체적 혁신이 필요한 웹서비스의 특성상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으로 차별화와 경쟁우위를 점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는 웹에이전시의 형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 업체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더라도 이해관계가 첨예한 분야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이 같은 변화는 마케팅과 서비스 전략을 주도하는 컨설팅형 에이전시와 전문적인 경험과 기술을 갖춘 실행형 스튜디오, 스페셜리스트의 확산을 촉발할 것이다. 한마디로 전문 분야별 컨설턴시 조직을 중심으로 전문스튜디오나 스페셜리스트가 주도하는 새로운 흐름이 웹에이전시 ‘시즌 2’의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이러한 컨설턴시·스튜디오·스페셜리스트에게 당면한 과제는 기존의 하도급 구조와 아웃소싱의 개념을 넘어서는 전향적·전략적 제휴 모델 마련이다. 과도기적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좁혀가야겠지만 무엇보다도 고객이 이러한 시장의 필연적 요구와 변화에 적극적인 이해와 수용을 도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 활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우왕좌왕하기보다는 본질적인 고객본위 전략을 중심으로 분야별 전문화를 상호 견인하는 네트워크형 기업연대 모델과 같은 새로운 시도가 모색돼야 할 것이다.
아직은 시기상조겠지만 이러한 혁신을 통한 웹에이전시의 ‘시즌 2’를 거치면 한국에도 IDEO 같은 세계적인 혁신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는 희망이 무모한 것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최근화 유플리트 대표 khchoi@uplea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