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분야 종사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들이 갖춰야 할 자질로 ‘훈수꾼 기질’을 들곤 한다. 자기 문제도 아닌 것을 자기 일처럼, 뺨 석 대 맞을 것 각오하고서 간섭해 그 어려움을 해결하고 챙겨주는 성질이 그것이다. 좋게 말하면 다른 사람에게 애정과 관심이 있는 것이고 다르게 보자면 오지랖이 넓은 성격이다.
동양의 전통에서 보자면 중국 전국시대의 유명한 세객(說客)인 소진이나 장의가 그런 역할을 한 셈이다. 소진이나 장의가 활약했던 당시가 전국시대의 정치적 긴장이 최고조되고 정세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았다는 점 역시 기업들의 경쟁 격화가 컨설팅 요구로 이어지는 요즘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동양의 정신적 전통에서는 이런 태도를 별로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전국시대 이후 특별히 세객이라고 부를 만한 사례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이런 전통의 산물인지 모른다. 이를테면 굴원처럼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을 것이오, 그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을 것’이라는 태도다. 난 내 할 일 다했으니 그걸 듣고 실행하느냐는 듣는 사람(일종의 고객)의 선택에 달렸다고 보는 것이다.
충언을 듣지 않는다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만 먹다가 굶어 죽은 백이 숙제는 그 정신적 원형(prototype)이라고 할 수 있다. 목표 또는 당위만 제시하고 그 구체적인 실천방안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방식이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위치에서 목표의 제시는 사명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목표와 현실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데에 해결사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당위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을 설득해 그 거리를 좁히는 길로 나아가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한 해가 밝았다. 새해 벽두는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현실적인 거리를 파악하는 시기다. 올해 국내 IT 분야의 모든 분들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내 행복한 결과를 얻기를 기원한다.
주동식 투이컨설팅 전문위원 teralux@2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