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계측기업체가 그동안 독일과 일본 등 외국기업이 지배하고 있던 시장을 속속 탈환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보기술 발전에 따른 기술력 향상에 힘입어 지난 9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픽셀메트릭스·테트로닉스 등 외국기업이 장악하던 국내 계측기 시장의 주도권이 디티브이인터랙티브·루먼텍·크레딕스·이노와이어리스 등 국내기업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와이브로용 계측기 시장은 국내기업인 이노와이어리스가 100%를 점유, 국내기업 독점체제가 됐다. 이노와이어리스는 애질런트를 총판으로 내세워 와이브로 관련 단말기 및 칩세트·모듈 제조업체에 인증 및 개발용 계측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여세를 몰아 애질런트로 해외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연간 300억원 내외로 추정되는 방송용 계측기 시장에서는 디티브이인터랙티브·루먼텍·크레딕스 등 국내기업이 80% 가까운 점유율을 합작해 냈다. 가전사의 디지털TV 수신기용 계측기 및 위성DMB와 지상파DMB 등 디지털휴대방송 단말기용 계측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 단말기 생산 과정에서 성능 테스트를 위한 필수 장비인 단말기향 계측기는 국내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약 6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기술력과 경험 부족으로 외산 제품에 안방을 내줬던 것과는 사뭇 다른 현상이다.
이처럼 국산 계측기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국내기업의 기술력이 높아진데다 그동안 꾸준한 마케팅 활동으로 쌓아온 신뢰성이 방송사 및 와이브로단말기 제조사로부터 인정을 받은 때문으로 보인다.
국산 계측기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외산 제품에 비해 20% 정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외산 제품 일색이었던 국내 시장에서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정도에 그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국내기업의 기술력이 발전을 거듭하고 DMB 및 와이브로 등 신규 서비스에 외국기업보다 훨씬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국산 제품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것이다.
김준환 디티브이인터랙티브 상무는 “예전에는 기술력이 뛰어나도 레퍼런스가 없어 어필하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지난 수년간 가전사 및 방송사를 대상으로 꾸준히 레퍼런스를 쌓아오면서 신뢰성을 높여온 것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순기·안석현기자@전자신문, soon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