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학·IT행정 공백 막아야

 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개편안을 확정 발표한 이후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된 부처를 중심으로 업무 추진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0년 만에 여야가 바뀌는 정권 교체기를 맞은데다 건국 이후 최대 규모라는 정부조직개편을 맞아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는 것은 일면 이해가 된다. 폐지 대상으로 지목된 부처의 공무원은 향후 진로에 대한 걱정이 앞서 마음을 추스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그렇다고 해서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 공복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손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으로 과기부·정통부 등 관련 부처의 업무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거나 중단될 위기에 놓여 있어 심각한 행정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부처 간 협력 업무도 상당 부분 중단되거나 무기한 연기된 상태라고 하니 정말 걱정스럽다.

 과기부가 지난주 개최할 예정이었던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가 전격 취소되는가 하면 6월 정통부 주관으로 열릴 예정인 OECD 장관 회담도 정통부의 해체 발표로 회담 준비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자부와 재정경제부·교육인적자원부 등 9개 정부 부처가 참여해 준비 중인 e러닝 발전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e러닝 발전계획이야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할 수도 있다. 오히려 살아남은 정부 부처들은 이런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통폐합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당연히 기존에 참여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국가적인 과제들이 하루아침에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공무원 사회가 빨리 심리적 공황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무원 조직이 공황상태에 빠져 있으면 정부 출연기관과 하급기관에까지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물론 정책적으로 큰 변화가 예상되는 정책적 사안을 계속 밀어붙이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추진해야 할 국가적인 과제들은 각 부처에서 소명의식을 갖고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수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먼저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심기일전해 공복으로서 자세를 가다듬기를 바란다. 이럴 때일수록 기관장들의 지도력이 필요하다. 참여 정부의 최고 공직자로서 그리고 국민의 공복으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자부심을 가질수 있도록 대통령부터 말단 기관장까지 솔선수범해 부처와 기관의 현안들을 챙기고 공무원들을 독려해야 한다.

 현정부와 차기정부가 행정공백 또는 누수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협조해 공직사회의 동요를 막는 조치도 빨리 취해야 한다. 공직 사회를 바로 세우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누가 정권을 잡았는지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무원 사회가 중심을 잡아야 정권교체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고 산적한 국가적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