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중국 부품소재가 몰려온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부품소재 수입이 대일 수입을 누르고 중국에서 가장 많은 부품소재를 수입하는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동안 대중국 부품소재 무역흑자 하나만으로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보다 더 큰 흑자를 내던 중국이었는데 이제 그 흑자가 감소하고 있다. 대신 잠깐 주춤하던 부품소재 대일 적자가 증가세로 반전하고 있다. 새해 연초부터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잠깐 중국을 들여다보자.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풍부한 노동력과 값싼 제품을 무기로 중국은 전 세계 무역의 7.2%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며 작년 11월까지 수출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섰다. 일본 경제기획청은 중국이 2010년까지 매년 8∼10%의 고도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세계은행은 2020년까지 6.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품소재는 이보다 더하다. 아직은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력 때문에 전체 수입의 57%를 부품소재를 수입하는 데 쓰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부품소재 수입 비율이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대신 중국의 최근 부품소재 수출 증가율은 30%를 웃돌고 있고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35% 수준을 넘고 있다.

 이와 같은 놀라운 사실의 배경에는 다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정부의 우려되는 수준의 강력한 부품소재 국산화 정책과 첨단 기술을 가진 선진국 부품소재 기업의 과감한 유치 그리고 군사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초기술의 확보가 부품소재 산업의 고도성장을 촉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실로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부품소재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대일 부품소재의 수입 대체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알고 중국에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라는 공룡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올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다음과 같이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고도 핵심 부품소재의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 일류 IT를 접목시켜 중국과 수직적 분업을 이뤄야 한다.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의 부품소재는 중국에 넘겨주더라고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의 첨단 부품소재로 무장해야 한다.

 둘째, 대중 시장의 판로를 다변화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완제품 위주로 집중돼 있는 중국 진출에 부품소재도 분야별로 특성화된 단계별 로드맵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셋째, 장기적으로 포스트 차이나(Post-China)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 한 나라에 우리나라 부품소재 수출의 29%를 의존해서는 위험이 너무 크다. 베트남·인도 등 신흥국가 시장 선점을 위한 선행투자 확대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중국이 아무리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더라도 부품소재 산업은 시간이 필요한 산업이다. 우리가 일본을 따라가는 데 이렇게 힘들고 오래 걸리는 것처럼 중국도 우리를 따라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좌절하거나 의기소침해 할 시간이 없다. 부품소재는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성장동력이다. 부품소재 외에 무역흑자를 늘려나갈 분야가 잘 보이지 않는다. 부품소재는 이상과 같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2006년도에는 우리나라 전체무역 흑자 161억달러보다 두 배 많은 347억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다. 물론 대중국 무역흑자는 전년 대비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176억달러(2007년 11월)의 흑자를 내고 있다. 중국은 아직도 우리 부품소재의 최대 수출시장이고 동시에 최대 수입국이 이다. 중국에 일방적으로 부품소재 무역 흑자를 내던 시대에서 이제는 상생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대중 부품소재 수입은 늘어나지만 더 좋은 부품소재를 개발해 수출을 늘려 나가야 한다. 중국보다 한발 앞서가는 부품소재를 개발, 수출하면서 수직분업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호랑이와 맞서 싸우기보다는 호랑이 등에 타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동철 한국부품소재산업진흥원장 dckm@kmac.or.kr